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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음, 그리고 현대인

    가끔 우리는 너무 익숙한 단어 앞에서 멈춰서게 됩니다. '복음'이라는 단어가 그렇습니다. 교회에서 수도 없이 들었고, 입으로도 자주 고백해왔지만, 정작 "복음이 무엇인가?"라는 질문 앞에서는 말문이 막힐 때가 있습니다.

     

    팀 켈러가 제시한 질문처럼, 단순히 정의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이 복음을 어떻게 오늘의 사람들에게 살아있는 이야기로 전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순간, 나의 신앙도 다시 한 번 근본부터 점검하게 됩니다.

    복음은 ‘좋은 소식’이 아니라, ‘가장 좋은 소식’이다

    복음(Euangelion)은 말 그대로 ‘좋은 소식’입니다. 그런데 이 소식은 단순한 격려나 위로가 아닙니다. 인간이 결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절대 절망의 문제 ― 죄, 죽음, 소외, 고통, 허무 ― 에 대한 하나님의 궁극적이고 결정적인 개입입니다.

     

    복음은 “너 자신을 구하라”는 자기계발의 메시지가 아니라, “너를 위해 이미 누군가가 전부를 다 이루셨다”는 선언입니다. 이것은 기독교가 전하는 유일무이한 이야기입니다.

     

    팀 켈러는 복음을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죄인이지만, 동시에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사랑받고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이 짧은 문장 안에 복음의 긴장이 담겨 있습니다. 인간의 철저한 타락, 그리고 하나님의 극진한 은혜. 복음은 이 두 현실을 가장 깊이 가장 실제적으로 우리로 직면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리고 가장 높이 들어 올려 주님의 품으로 이끕니다.

    현대인의 마음은 왜 복음을 낯설어 하는가?

    오늘날 복음이 잘 들리지 않는 이유는 복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우리 시대의 마음이 변했기 때문입니다. 현대인은 스스로를 구원하고자 하는 욕망이 강합니다. 자기 결정권, 자기 표현, 자기 만족이 가장 큰 가치로 떠오른 시대에서 ‘나는 죄인입니다(나의 힘으로는 나의 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존재입니다)’라는 고백은 너무 불편하고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더구나 세상은 점점 더 복잡하고, 개인은 점점 더 고립됩니다. 겉으로는 자유롭고 당당해 보이지만, 속은 외롭고 무의미에 휘둘려 무기력함에 빠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의미를 찾으려 애쓰지만, 그 의미의 뿌리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합니다.

     

    이 시대야말로 복음이 간절히 필요한 때입니다. 왜냐하면 복음은 인간의 가장 깊은 갈망 ― 정체성, 의미, 소속, 회복, 사랑 ― 에 대해 가장 온전한 해답과 열매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복음은 어떻게 현대인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팀 켈러는 문화에 복종하지도, 그렇다고 배척하지도 않으면서 문화 안에서 복음을 말할 수 있는 지혜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복음을 전할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단순히 정답을 던지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질문과 고통을 함께 들어주는 것입니다.

    1. 공감에서 시작하기
      복음은 우선 ‘듣는 것’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현대인은 삶의 수많은 질문을 안고 살아갑니다. “나는 왜 이렇게 불안한가?”, “나는 누구인가?”, “사랑받을 수 있을까?” 우리는 이 질문을 무시하지 말고, 함께 묻고 들어주어야 합니다.
    2. 복음이 정답이다가 아니라, 답을 찾아가는 (가장) 좋은 길이 됨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이야기하기
      복음은 단지 ‘천국에 가는 길’만을 말하지 않습니다. 지금 여기서의 삶, 매일의 불안과 두려움, 자기 부정과 관계의 상처 속에서도 복음은 참된 자유와 회복의 메시지를 줍니다.
    3. “너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고, 네가 실패했을 때조차 하나님의 사랑은 끝나지 않는다.” 이 진리는 성과로 사랑을 증명해야 하는 시대에 깊은 위로가 됩니다.
    4. 이야기로 풀어내기
      팀 켈러는 탁월한 스토리텔러였습니다. 그는 성경 이야기를 현대인의 일상 언어로 풀어내는 데에 능했습니다. 예수님의 비유, 특히 탕자의 비유는 그가 가장 자주 사용한 메시지 중 하나입니다. 큰아들과 작은아들 모두 집을 떠난 죄인이고, 아버지는 끝까지 기다리시는 은혜의 하나님이라는 설명은, 인간 내면의 공허와 그리움을 건드리며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됩니다.

    복음은 이론이 아니라 인격이다

    복음을 단지 논리적으로 정리된 교리로만 이해하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를 외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복음을 ‘예수 그리스도’라는 인격으로 소개할 때, 상황은 달라집니다.

     

    예수님은 진리를 ‘가르침’만으로가 아니라 ‘삶’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분은 상처받은 자의 친구가 되어 주셨고, 죄인을 정죄하기보다 품어 주셨으며, 사랑하기 어려운 이들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복음은 바로 그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통해 완성된 살아있는 이야기입니다.

    마치며: 복음은 다시 들려야 한다

    복음은 새로운 메시지가 아닙니다. 그러나 매 시대, 매 세대마다 새롭게 들려져야 할 메시지입니다. 특히 오늘 같은 시대에는, 무엇보다 당신이 먼저 복음이 전하는 그 사랑을 느껴보아야 합니다. 그 사랑에 빠져보아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사랑해야 하고, 다시 묻고, 다시 전해야 합니다.

     

    복음은 교리가 아닙니다. 사전적인 정의로 가득한 이론이 아닙니다. 복음은 우리가 매일 붙잡아야 할 생명의 말씀이며, 현대인의 마음을 만지는 손길입니다. 그 열쇠를 가지고 있는 우리는, 이 시대의 목마름 앞에 겸손히, 그러나 담대히 서 있어야 합니다.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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