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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와 문화, 그리스도인의 참여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이 질문은 지리적 위치를 묻는 것이 아닙니다. 복음이 이 땅에 어떻게 구현되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입니다. 팀 켈러는 이 물음을 통해, 교회가 그저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도시와 지역 사회 속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를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는 단호하게 말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도피하는 존재가 아니라, 도심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가는 존재여야 한다.”
이 말은 도시 중심부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도심이든 외곽이든 신도시든 시골이든, 그리스도인이 발 딛고 사는 곳이 곧 사명의 땅이며, 문화가 만들어지고 흐르는 자리라는 의미입니다.
1. 도시는 왜 중요한가?
켈러는 도시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도시는 문화의 엔진이기 때문입니다.
- 인구의 밀집
-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공존
- 예술, 교육, 미디어, 경제의 중심
이 모든 요소가 도시에 모입니다. 다시 말해, 문화가 생성되고 재생산되는 공간이 바로 도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가 도시에 있을 때, 단지 많은 사람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적 영향력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켈러는 도심만 강조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신도시와 외곽, 그리고 농촌과 같은 ‘비도시적 지역’도 그리스도인의 참여가 절실한 곳으로 이해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지역이 복음을 어떻게 필요로 하는지를 분별하는 것입니다.
2. 외곽과 신도시, 시골은 문화와 무관한가?
우리나라만 해도 서울이라는 도심은 분명 중요한 복음의 중심지지만, 동시에 수도권 외곽의 신도시들, 그리고 문화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공존하는 지방 시골 지역은 또 다른 차원의 사역지를 형성합니다.
- 신도시: 빠른 개발 속도, 공동체의 부재, 고립된 개인
- 외곽 지역: 문화 소외와 자원 부족, 청년 유출
- 시골 지역: 고령화, 전통의 힘, 교회의 침체
켈러의 시선으로 보면, 이 지역들 또한 하나님 나라가 침투해야 할 ‘문화적 현장’입니다. 문화 생산이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고 해서, 나머지 지역이 무관심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이 지역에서는 ‘작지만 의미 있는 문화 운동’이 가능합니다. 소규모 독서모임, 공동체 중심의 마을 축제, 복음적 가치가 담긴 농촌 일터, 이 모든 것이 복음의 확장입니다.
3. 공공 영역과 문화 생산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
켈러는 복음 전파를 단지 개인 전도에 국한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공공 영역 ― 즉 교육, 예술, 정치, 기술, 언론, 복지, 경제 ― 속에서 복음이 변화의 원동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문화에 참여해야 할까요?
(1) 소극적 참여를 넘어서라
단순히 ‘착하게 사는 기독교인’ 수준을 넘어서, 문화의 방향을 형성하는 참여자가 되어야 합니다.
- 교사는 단지 학생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형상대로 지음받은 존재로 양육하는 사람입니다.
- 기업가는 단지 돈을 버는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와 창조적 질서를 경제 안에 구현하는 사람입니다.
- 예술가는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을 넘어서, 진리와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사람입니다.
(2) 자신의 위치를 성경적 세계관으로 해석하라
켈러는 “기독교 세계관을 가진 사람은, 자기 직업과 사회적 역할을 하나님의 시선으로 재해석한다”고 말합니다.
예: 공무원이라면 정의를 세우는 하나님의 청지기로, 광고 기획자라면 사람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가치를 제안하는 전달자로.
(3) 공동체로 움직여야 한다
개인이 아무리 훌륭해도 혼자서는 문화 전체를 바꾸기 어렵습니다. 켈러는 도시와 지역 안에 복음적 공동체가 뿌리를 내리고, 그 안에서 함께 사역하는 구조를 강조했습니다.
서로 다른 직종의 사람들이 함께 기도하고, 도시의 문제를 분석하며, 복음적 대안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런 ‘문화 운동’이 바로 도시 속 교회의 참된 모습입니다.
4. 결국,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쩌면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만을 고민해왔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 앞에 서야 할 때입니다.
도심에 있든, 외곽에 있든, 신도시에 있든, 시골에 있든 ― 우리는 모두 그곳에 ‘보냄 받은 자’로 서 있습니다.
그 공간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팀 켈러는 우리에게 말합니다.
“우리는 이 세상 속에 있지만, 이 세상에 속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 내가 있는 그 자리에서 작지만 복음적인 문화 생산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직장에서, 동네에서, 학교에서, 온라인 공간에서. 그 자리에서 우리는 빛과 소금으로,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를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도시의 시민이자 천국의 시민으로 부름을 받은 것입니다.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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