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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님, 짓밟히는 자리에서 다시 서게 하소서”

    하나님,
    오늘 말씀을 묵상하며
    자꾸 제 자리를 돌아보게 됩니다.

     

    요한에게 건네신 지팡이 같은 갈대.
    그것으로 성전과 제단, 그리고 예배하는 자들을 측량하라는 말씀 앞에
    저도 문득 멈춰 서게 되었습니다.

     

    주님,
    저도 지금
    그 갈대에 측량되고 있는 사람일까요?

    예배의 자리에 있는 것 같지만,
    때로는 바깥마당처럼
    세상에 휩쓸리기도 하고
    마음은 자주 흔들립니다.


    거룩한 경계 안에 있는 듯하면서도,
    실은 경계 밖을 기웃거리며
    세상과 타협할 구실을 찾고 있지는 않았는지요.

     

    하나님,
    당신의 시선이 머무는 자리에 있고 싶습니다.


    예배자의 자리에
    당신 앞에 머무는 것으로 행복한 하루가 되게 하소서.


    제가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주님 손의 갈대로 다시 재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그 자리에
    조용히, 꾸준히, 진심으로 남아 있게 하소서.

     

    두 증인을 보았습니다.
    굵은 베옷을 입고
    천이백육십 일을 예언하던 사람들.

    그들은 세상을 뒤흔드는 목소리를 가진 사람이기보다는,
    하나님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빛을 잃지 않는 촛대처럼,
    기름을 담고 있는 감람나무처럼.

    주님,
    저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이름을 알릴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주님 앞에 서는 하루하루가
    저에겐 충분한 부르심이 되게 하소서.

     

    하지만 주님,
    그들이 결국
    무저갱에서 올라온 짐승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시체가 길거리에 버려졌다는 것을 읽으며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정의가 조롱받고,
    진실이 땅에 떨어지고,
    증인이 침묵할 때
    사람들이 기뻐했다는 그 장면이...

    세상은 진실보다 편안함을 원하고
    귀를 즐겁게 하는 소리를 반깁니다.
    진리를 덮고 싶은 유혹을 느낍니다.

     

    주님,
    진리를 말할 용기를 주세요.
    침묵을 깨고 살아가는 힘을 주세요.


    세상은 원하지 않아도
    말씀을 전해야 할 때,
    그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세요.

     

    그리고 사흘 반의 침묵.
    그 시간은 길었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주님은 그 안에
    생기를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주님,
    제가 그 시간 안에 있어도
    낙심하지 않게 해주세요.
    보이지 않는다고
    끝난 것이 아님을 믿게 하시고,
    다시 일어날 때가 있음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들이 다시 살아나고
    구름을 타고 올라갈 때,
    그 장면을 보는 자들이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다고 했습니다.

     

    주님,
    저도 언젠가
    증인의 자리에 있게 하소서.


    죽음이 삼킬 수 없는 생명의 증언을 가진 사람,
    짓밟혀도 끝나지 않는 사람,
    단단히 살아남아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사람.

    말이 많지 않아도,
    일이 크지 않아도,
    하루하루 진실하게 살아가며
    말씀을 지키는 증인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지금 이 자리에서
    그 길을 걷게 하소서.

    조용하지만 선명하게,
    무너지기도 하지만 다시 일어서며,
    주님을 향해 나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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