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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고난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소서》 리뷰
1. 서론: 고난을 노래하는 목소리
고난은 인류 보편의 경험이다. 크든 작든 누구나 생애에서 고통의 밤을 마주한다. 병, 가난, 배신, 상실, 혹은 설명되지 않는 부당한 일들 앞에서 사람은 흔들린다. 많은 이들이 고난을 설명하려 애쓰며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고난의 순간에 정작 필요한 것은 명쾌한 해설서가 아니다. 오히려 누군가가 곁에서 함께 울어주고, 손을 잡아주는 위로의 임재다.
한재욱 목사의 《고난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소서》는 바로 그런 위로의 책이다. 저자는 설교자가 아니라 “고난의 동행자”로서, 자신의 체험과 성경의 진리를 엮어 독자에게 말을 건넨다. 인문학적 감수성과 성경의 언어가 어우러져, 마치 한 편의 기도문처럼 흐르는 글은 고난당한 이들을 향한 따뜻한 눈물의 기록이다.
2. 본문 요약: 고난의 다양한 얼굴
(1) 부당하고 이해할 수 없는 고난
책의 첫 장은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라는 물음으로 시작한다. 저자는 젊은 시절부터 반복된 병으로 인해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섰던 경험을 고백한다. 맑은 정신으로 고난을 직면하는 것은 더 큰 고통이었다(p.61). 설명할 수 없는 고난, 이해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은 침묵하셨다. 그러나 저자는 그 침묵의 자리에서 하나님이 함께 우셨음을 뒤늦게 깨닫는다(p.57).
(2) 죄로 인한 고난
저자는 죄의 결과로 찾아오는 고난을 다루며, 현대 사회가 죄를 심리학적·사회학적 용어로 바꾸어버리는 현실을 경계한다(p.82). 하나님은 사랑하는 자를 징계하신다(p.103). 징계는 벌이 아니라 사랑의 울타리이며, 죄로부터 돌아오게 하는 하나님의 손길이다.
(3) 선을 행함으로 받는 고난
때때로 의롭게 살고자 했던 이들이 세상에서 오히려 핍박을 받는다. 악인들은 선한 자를 미워하기 때문이다(p.112). 저자는 이 역설적 현실을 직면하면서도, 선을 행하다가 받는 고난은 주님과 동행하는 자리에서 오히려 복이 됨을 설명한다.
(4) 훈련으로서의 고난
저자는 고난을 “훈련”에 비유한다. 연이 높이 날기 위해 줄의 저항을 받아야 하듯(p.167), 그리스도인도 고난의 훈련 속에서 더욱 단단해지고 높이 나는 법을 배운다. 지도가 주어져도 훈련이 없다면 읽을 수 없는 것처럼(p.154), 고난은 영적 지도 읽는 훈련의 과정이다.
(5) 고난의 유익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고난이 결국 복이 된다고 고백한다. 성공 관리보다 더 어려운 것이 성공에 취하지 않는 것인데(p.202), 고난은 인간을 겸손케 하고, 하나님을 바라보게 한다. 성도들은 죽기 전에, 고난 속에서 하늘의 것을 보게 된다(p.216-217). 고난은 싫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을 깊이 경험한다.
3. 신학적 분석: 고난과 성경의 렌즈
한재욱 목사의 글은 베드로전서 2장의 세 가지 고난을 축으로 전개된다. 베드로전서 자체가 고난받는 성도들에게 쓰인 서신임을 고려할 때, 이 구조는 성경적이며 목회적이다.
- 부당한 고난 – 억울하게 당하는 고난은 욥기의 주제와 닮았다. 욥처럼 하나님은 이유를 설명하지 않으실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함께 계신다.
- 죄로 인한 고난 – 히브리서 12장은 징계를 사랑의 표현이라 말한다. 죄를 죄로 보지 않는 시대에 죄의 고난을 직시하게 한다.
- 선을 행함으로 받는 고난 –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자체가 그 전형이다. 이는 고난의 최고 모범이자 제자도의 길이다.
- 훈련으로서의 고난 – 야고보서 1장은 고난이 인내를 낳고, 인내가 온전함을 만든다고 말한다.
저자의 메시지는 고난을 단순히 설명하지 않고, 성경 전체의 맥락에 넣어 조명한다는 점에서 “고난 신학”의 대중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4. 인문학적·문학적 시선
이 책은 단순히 신학서가 아니다. 문장 곳곳에 인문학적 감수성이 배어 있다. 저자는 동서고금의 격언과 철학자들의 통찰을 인용하며, 고난을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 연의 비유: 고난을 ‘줄의 당김’에 비유한 대목은 동양적 사유와 성경적 교훈이 절묘하게 만난다.
- 지도와 훈련: 지도를 읽는 법을 모르면 무용지물이라는 비유는 교육학적 통찰을 담았다.
- 별과 꽃: 고난의 밤이 별이 되고, 눈물이 꽃이 된다는 은유는 시적 언어로 고난을 승화한다.
저자는 고난을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 시인의 언어로 풀어낸다. 이 점에서 독자는 ‘신학을 담은 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경험한다.
5. 오늘의 적용
(1) 고난 중에 있는 이들을 위하여
고난 중인 사람에게는 조언보다 공감과 침묵이 필요하다. 욥의 친구들이 처음에는 함께 울었으나, 말하기 시작하며 상처를 준 것처럼, 우리는 쉽게 조언하지만 진정한 위로는 함께하는 것이다.
(2) 고난을 당하는 교회와 성도들에게
한국 교회는 “결과로서의 간증”에 치우쳐, 고난의 과정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p.41). 그러나 고난의 절규 속에서 함께 머무는 것이 목회적 사명의 핵심이다.
(3) 나 자신을 위한 고난의 해석
저자의 체험처럼, 설명할 수 없는 고난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질문을 남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답이 아니라 임재다. 고난의 순간에도 하나님은 곁에 계신다. 이 깨달음이 신앙의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한다.
(4) 신앙 공동체의 과제
고난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동체가 함께 지는 십자가이다. 교회는 고난당한 이들을 비난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품고 중보하는 자리로 나아가야 한다.
6. 결론: 고난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소서
《고난이 꽃이 되고 별이 되게 하소서》는 고난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설명하지 않고, 함께 아파하며, 끝내 하나님께 시선을 고정시키는 책이다.
이 책은 세 부류의 독자에게 특별히 필요하다.
- 고난 중에 있는 성도: 하나님이 함께 우신다는 메시지를 통해 위로를 얻을 수 있다.
- 고난당한 이를 돕는 자: 성급한 조언을 멈추고, 함께 아파하는 동행자가 되도록 교훈한다.
- 목회자와 리더: 교회의 목회와 양육이 ‘고난의 신학’ 위에 서야 함을 깨닫게 한다.
책 제목처럼, 고난이 단순한 절망의 끝이 아니라 꽃과 별이 되기를 소망하는 이 기도는 곧 독자의 기도가 된다. 고난의 순간에도 하나님은 우리 곁에 계신다. 우리가 흘린 눈물은 헛되지 않고, 언젠가 별빛과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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