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환대, 현대사회에서, 아니 현대인들에게, 뿐만 아니라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도 외계어처럼 느껴지는 단어 아닐까?

     

    현대 사회에서 ‘환대’라는 주제는 단순한 인사치레나 예의 범절을 넘어, 우리 삶의 근본적 태도이자 기독교 신앙의 정체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진혁 교수의 『환대의 신학』은 이 중요한 주제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 오늘날 복잡다단한 세계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어떻게 타자를 환대할 수 있을지를 신학적으로 탐구하는 귀한 저작이다.

     

    내가 이 책을 접한 것은, 급변하는 사회와 다문화가 공존하는 현실 속에서 ‘낯선 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 서 있었던 때였다. 그리고 이 책은 그 질문에 대해 명쾌하면서도 깊은 성찰의 길을 열어주었다.


    1. 환대, 기독교 정체성의 핵심

    책의 서두에서 저자는 환대가 초기 교회 성장의 원동력이었으며, 기독교 신앙의 핵심 요소임을 강조한다. 환대는 단순한 윤리적 의무가 아니라,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혜에 대한 응답이기에, 그리스도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것이다.

     

    이 점은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다. 교회가 환대를 통해 ‘사랑의 공동체’로 자리 잡을 수 있었던 역사적 맥락은, 오늘날에도 우리 신앙 공동체가 진정한 사랑과 일치를 이루는 길이 무엇인지를 묻는 소중한 질문이 되었다.


    2. 인문학과 신학의 교차로에서 환대 읽기

    김진혁 교수는 철학, 사회학, 정치학, 문학, 인류학 등 다양한 인문학적 담론과 신학을 접목하여, 환대를 다층적으로 분석한다. 이 과정에서 환대는 단지 ‘따뜻한 마음’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문화적 현상임을 드러내며, 그 안에 내재한 권력 관계, 문화 충돌, 정서적 부담 등을 솔직하게 다룬다.

     

    특히 삼위일체 하나님의 본질과 성령론을 통해 환대를 신학적으로 재조명하는 부분은 인상적이었다. 환대가 단순한 인간 행위가 아니라, 하나님과 인간, 그리고 인간 상호 간의 관계를 변화시키는 신비로운 사역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점은 환대를 실천하는 우리 모두에게 경이와 책임감을 동시에 안겨 주었다.


    3. 환대와 ‘자리 만들기’

    ‘환대와 공간’ 장에서 저자는 ‘타자를 위한 자리 만들기’라는 개념을 통해 환대의 구체성을 설명한다. 이론적 설명과 함께 성령 안에서 주인과 손님의 자리가 바뀌는 역전 현상을 다루면서, 진정한 환대란 관계의 권력 구조를 해체하고 상호 변화하는 경험임을 깨닫게 했다.

     

    이해와 공감의 폭이 넓어졌으며, 내 삶 속에서 낯선 이에게 ‘자리를 내어 주는’ 일이 얼마나 고귀하고도 도전적인지 새삼 깨달았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도 이러한 ‘자리 만들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깊이 성찰하게 되었다.


    4. 선물과 관계의 신학

    책의 ‘환대와 선물’ 장은 인간의 상호 작용에서 선물이 갖는 사회적·영적 의미를 탐구한다. 하나님의 선물을 반영하는 인간의 선물 교환은 그 자체가 은혜의 문법임을 보여 주며, 이러한 관점은 타자와의 관계를 단순한 거래가 아닌 은혜의 공동체로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 장을 읽으며 선물과 환대가 갖는 복합적 의미를 체득했고, 교회 내에서 각자의 은사와 사랑을 나누는 삶이 그리스도인의 사명임을 다시금 마음에 새겼다.


    5. 환대의 공간과 성령의 집

    성령의 임재와 환대가 결합하는 ‘환대와 성령의 집’은 이 책이 가진 신학적 깊이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환대가 실현되는 ‘집’은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충만한 성령의 활동 공간임을 깨닫게 한다.

     

    특히 성찬과 환대의 식탁이 연결되는 부분은 예배와 환대가 얼마나 긴밀히 엮여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이로 인해 교회가 진정한 환대의 장소가 되려면 성령의 인도하심과 은혜가 필수적임을 확신하게 되었다.


    6. 환대와 사람, 그리고 그리스도의 형상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되었음을 근간으로, 그리스도인의 환대가 타인을 하나님의 형상으로 대하는 것임을 신학적으로 성찰한다. 이는 모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대한 깊은 인식이며, 교회가 이를 실천할 때 진정한 공동체가 세워진다는 점에서 큰 울림을 주었다.

     

    책을 통해 ‘사람됨’의 궁극적 목표가 그리스도의 형상으로 변화되는 데 있음을 깨닫고, 환대가 바로 그 변화의 길임을 새롭게 인식하였다.


    7. 현실적 한계와 환대의 지속 가능성

    저자는 환대가 현실에서 직면하는 한계와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두려움, 경계심, 문화적 긴장, 자원 부족, 정서적 소진, 심지어 환대가 초래하는 폭력 문제까지, 환대가 언제나 아름답고 이상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현실적 시선을 제시한다.

     

    그럼에도 “사랑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고전 13장의 메시지를 중심에 놓으며, 폭력과 환대가 공존하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약속과 희망을 붙들고 걸어갈 것을 권면한다. 이 균형 잡힌 태도는 환대에 관한 논의에 깊이를 더하고, 실제 신앙 생활에 실천 가능성을 부여한다.


    8. 환대와 신앙, 그리고 오늘의 한국 교회

    특히 ‘미궁 속에 갇힌 듯 갈피를 잡지 못하는 오늘의 한국 교회에 건네는 아리아드네의 실’이라는 김기석 목사의 서평처럼, 이 책은 한국 교회가 직면한 난관 속에서 환대의 신학을 통해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도록 돕는다.

     

    교회의 다양성과 복잡성이 증가하는 시대, 타자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가 절실한 오늘날, 이 책이 던지는 질문과 통찰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그리고 환대가 단순한 윤리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에 뿌리를 둔 신앙의 핵심임을 환기시키며, 우리 모두에게 사랑과 섬김의 실천을 다시금 촉구한다.


    마치며

    『환대의 신학: 그리스도인은 타자를 환대할 수 있는가?』는 환대라는 주제를 신학과 인문학, 사회학, 문화학 등 다양한 시각으로 통합하며 오늘날 그리스도인의 삶에 깊은 도전과 위로를 선사하는 명저다.

     

    김진혁 교수의 탁월한 신학적 통찰과 풍부한 학문적 배경은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낯선 이’를 사랑하고 섬길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길을 보여준다. 이 책은 환대가 단순한 이상주의가 아니라, 하나님 은혜로 가능하며, 그리스도인이 반드시 따라야 할 삶의 방식임을 확신하게 한다.

     

    나아가 이 책은 교회와 신앙 공동체가 새로운 시대에 다시금 ‘환대’라는 기독교 정체성의 핵심을 붙들고, 사랑과 연대의 공동체로 거듭나도록 부르시는 소리로 들린다.

     

    오늘날 우리에게 절실한 ‘환대의 신학’이 여기 있다. 그 깊이와 폭을 체험하며, 우리 모두가 낯선 이에게 열린 마음과 손을 내미는 ‘거룩한 바보’로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신우산지장 송병민목사)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