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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신학 입문》 리뷰
칼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를 만나다 – 신학과 교회의 본질을 묻는 최후의 초대
1. 책의 배경과 의의
칼 바르트(Karl Barth, 1886–1968)는 20세기 신학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꾼 개신교 신학자입니다. 자유주의 신학이 신학계를 지배하던 시절, 바르트는 1919년 출간한 『로마서 강해』로 당시의 신학적 낙관주의와 인간 중심적 신학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가했습니다. 그는 신학의 중심을 철저히 하나님의 말씀과 계시에 두었고, 그 결과 ‘변증법적 신학’ 혹은 ‘위기 신학’의 기수가 되었습니다.
바르트의 신학적 작업은 그의 일생을 관통하는 방대한 『교회교의학』(Kirchliche Dogmatik, 총 14권)으로 집약되는데, 이 책은 20세기 신학의 대성당이라 불릴 만큼 크고 심오합니다. 그러나 『교회교의학』은 그 분량과 난해함 때문에 신학생과 목회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개신교신학 입문』은 특별한 의미를 지닙니다. 1961–1962년 겨울 학기에 바젤 대학교에서 진행된 바르트의 마지막 강의를 토대로 한 이 책은, 그의 방대한 신학적 성과를 압축하고, 평생 신학자로서 추구한 길의 핵심을 정리한 최후의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개신교신학 입문』은 바르트 신학을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는 훌륭한 입문서이며, 이미 그의 사상에 친숙한 이들에게는 마지막 정리로서 의미 있는 결론이 됩니다.
2. 책의 구성
이 책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뉩니다.
- 신학의 자리
- 말씀, 증인들, 공동체, 성령
- 신학의 기초가 어디에 있는지를 밝히며, 하나님 말씀과 성령의 인도 속에서 공동체와 증인들의 역할을 논합니다.
- 신학적 실존
- 놀람, 당황, 의무, 믿음
- 신학을 한다는 것이 곧 특정한 ‘실존적 태도’를 요구함을 설명합니다. 신학자는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떨림과 기쁨을 동시에 경험하는 존재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 신학의 위기
- 고독, 의심, 시험, 희망
- 신학자가 겪는 실존적·영적 위기를 다룹니다. 바르트는 신학이 단순한 지식 축적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끊임없이 시험당하는 행위임을 말합니다. 그 과정에서 신학자는 고독과 의심을 겪지만, 결국 희망으로 나아갑니다.
- 신학적 작업
- 기도, 연구, 봉사, 사랑
- 신학이란 지적 활동을 넘어 철저히 영적이며 실천적인 행위임을 정리합니다. 신학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나야 하며, 연구와 봉사, 사랑으로 구체화될 때 비로소 살아 있는 신학이 된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3. 주요 주제와 핵심 통찰
(1) 개신교신학이란 무엇인가?
바르트에 따르면 신학은 단순한 학문적 사색이 아니라, 계시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응답입니다. 하나님은 말씀 가운데 역사하시고, 신학은 바로 그 말씀을 인식하고 언어로 표현하는 작업입니다. 따라서 신학의 근원은 인간의 사유가 아니라 성령의 능력 안에서 이루어지는 말씀의 사건입니다.
(2) 신학의 자리 – 말씀과 공동체
신학은 ‘말씀’을 떠나 존재할 수 없으며, 성경 속 증인들의 증언과 오늘의 교회 공동체 안에서 살아납니다. 바르트에게 교회는 신학의 출발점이자 실험실입니다. 동시에 신학은 교회를 위한 봉사이자, 교회를 하나님 말씀으로 이끄는 도구입니다.
(3) 신학적 실존 – 신학자는 누구인가?
바르트는 신학자가 단순한 전문가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놀람과 당황 속에 사는 자라고 말합니다. 신학자는 하나님의 거룩 앞에서 늘 긴장하며, 동시에 믿음으로 담대히 서야 합니다. 따라서 신학자는 언제나 학문적 권위보다 겸손과 경청의 태도를 지녀야 합니다.
(4) 신학의 위기 – 고독과 의심, 그러나 희망
바르트는 신학자가 겪는 위기를 숨김없이 드러냅니다. 그는 신학이 언제나 하나님의 불 가운데로 던져지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신학자는 의심과 고독 속에서 시험을 경험하지만, 바로 그곳에서 하나님을 더욱 깊이 만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학은 절망의 길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희망의 길입니다.
(5) 신학적 작업 – 기도와 사랑으로 완성되는 학문
바르트는 “신학 작업의 첫째 근본적 행위는 기도다”라고 단언합니다. 신학은 단순한 연구가 아니라 기도, 봉사, 사랑의 행위입니다. 신학자는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이웃을 향한 봉사 안에서 비로소 참된 신학을 할 수 있습니다.
4. 오늘날의 의미와 한국교회에 주는 도전
바르트는 『개신교신학 입문』에서 신학을 성령 없는 지적 활동으로 전락시키는 위험을 강하게 경고합니다. 그는 성령 없는 신학이야말로 세상의 어떤 악보다도 더 무섭다고까지 말합니다. 이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직면한 위기를 통찰하는 데 중요한 메시지를 줍니다.
- 신학의 위기와 교회의 위기는 연결되어 있다.
- 신학이 기도와 사랑에서 멀어질 때, 교회는 생명력을 잃는다.
- 신학자는 연구자 이전에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자여야 한다.
특히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교회가 다시 본질을 회복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한 한국교회 상황에서, 『개신교신학 입문』은 신학이 교회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다시 일깨웁니다. 신학은 단순히 학문적 논쟁이 아니라, 교회와 세상의 미래를 결정짓는 기도의 학문, 사랑의 학문입니다.
5. 결론
『개신교신학 입문』은 칼 바르트가 평생 탐구한 신학의 정수를 마지막으로 응축해 낸 책입니다. 방대한 『교회교의학』을 읽지 않아도, 이 한 권을 통해 바르트 신학의 중심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목회자와 신학생에게는 필수적인 안내서이며, 평신도 그리스도인에게도 신학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믿음과 삶의 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합니다. 무엇보다 신학을 기도와 사랑의 행위로 이해하게 함으로써, 오늘날 신학과 교회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합니다.
“신학은 기도로 시작해 기도로 끝나야 한다.”
이 한 문장이야말로 바르트가 남긴 마지막 유언이자, 오늘 우리가 붙잡아야 할 신학의 본질입니다.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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