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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인문학 독서교실 ⑥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신이 존재한다면 왜?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통해 신앙과 이성을 읽는 법
우리는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런데 누군가 이렇게 묻는다면 어떨까요?
“하나님이 정말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또 이런 질문은 어떨까요?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왜 세상에는 악과 고통이 존재하나요?”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이런 질문을 한 번쯤 만나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질문 자체를 믿음이 부족한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냥 믿으면 되지.”
반대로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합니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은 믿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믿음과 이성은 서로 적대적인 것일까요?
이번 인문학 독서교실에서 살펴볼 책은 삼성출판사 이지고전 시리즈의 《신이 존재한다면 왜?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입니다.
원래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은 매우 방대한 저작입니다. 삼성출판사의 이지고전은 그 가운데 특히 제1부를 중심으로 신의 존재, 신의 속성, 악의 문제 등 철학적으로 중요한 주제들을 청소년의 눈높이에서 쉽게 풀어냅니다.
이번에는 이 책을 통해 한 가지 중요한 독서 훈련을 해보려고 합니다.
“나는 무엇을 믿는가?”에서 멈추지 않고
“왜 그렇게 믿는가?”까지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1. 토마스 아퀴나스는 어떤 사람인가?
토마스 아퀴나스는 13세기 중세 유럽을 대표하는 신학자이자 철학자입니다.
그는 당시의 기독교 신앙과 철학을 깊이 있게 연결하려고 했습니다.
특히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인간의 이성과 신앙, 자연과 은혜, 인간의 목적과 행복 같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탐구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저작이 바로 《신학대전》입니다.
그런데 제목만 보면 상당히 어렵게 느껴집니다.
‘신학대전’이라는 이름부터 벌써 대학원 신학 강의실 같은 느낌이 들지요.
실제로 원전은 매우 방대하고 내용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지고전에서는 그 가운데 핵심적인 질문들을 골라 청소년들도 접근할 수 있도록 다시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그 질문들이 의외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합니다.
하나님은 존재하시는가?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
세상에 악이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 질문들은 13세기의 질문이면서 동시에 21세기의 질문입니다.
2. “하나님이 존재한다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아퀴나스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질문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나님은 정말 존재하는가?”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아퀴나스가 무조건
“믿어!”
라고 말하는 방식으로 논의를 시작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는 인간의 경험과 이성을 가지고 하나님에 관한 질문을 생각해 봅니다.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길’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표현하면 이런 질문들입니다.
변화하는 세계를 보면 변화의 원인을 생각하게 되지 않는가?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최초의 원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는가?
우리가 우연히 존재하는 것들을 보면서 존재 자체에 대한 근거를 물을 수 있지 않은가?
세상에서 발견되는 선과 완전성의 정도를 통해 최고의 선을 생각할 수 있지 않은가?
자연 세계의 질서와 목적성을 보면서 그것을 설명할 근거를 물을 수 있지 않은가?
아퀴나스는 이러한 사고를 통해 하나님 존재에 대한 논증을 시도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여기에서 단순히
“아퀴나스가 하나님 존재를 증명했다.”
라고 끝내버리지 않는 것입니다.
어떻게 논증했는지를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논증이 정말 타당한지도 스스로 질문해야 합니다.
실제로 이지고전 역시 아퀴나스의 논증을 그대로 암기하도록 하기보다, 그의 논리를 따라가면서 독자가 자신의 생각을 세우도록 안내합니다.
이것이 바로 고전 읽기입니다.
3. 믿음이 있다면 질문하지 않아도 될까?
여기서 그리스도인에게 중요한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기 때문에 질문하지 않아도 되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좋은 신앙은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성경에도 수많은 질문이 등장합니다.
“어찌하여?”
“어느 때까지니이까?”
“주여 어디로 가시나이까?”
시편 기자는 하나님께 질문합니다.
욥도 질문합니다.
하박국도 질문합니다.
제자들도 예수님께 계속 질문합니다.
신앙은 질문이 없는 상태가 아닙니다.
신앙은 하나님을 향하여 질문하면서도 하나님의 말씀 앞에 서는 것입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의 이성을 하나님보다 높은 자리에 놓지 않습니다.
이성을 사용하지만 이성을 절대화하지 않습니다.
생각합니다.
질문합니다.
논증합니다.
그러나 마지막 기준을 하나님께 둡니다.
4. 이성은 하나님을 얼마나 알 수 있을까?
아퀴나스를 읽을 때 특히 주의해서 보아야 할 부분입니다.
아퀴나스는 인간의 이성이 하나님에 관한 어떤 사실들을 탐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인간의 이성만 있으면 하나님을 완전히 알 수 있다.”
라는 뜻으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이성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인간은 피조물입니다.
무한하신 하나님을 유한한 인간의 이성으로 완전히 담아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을 생각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완전히 소유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말할 수 있지만 하나님을 우리의 개념 속에 가두어 놓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에서는 계시가 중요합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을 알려 주셔야 우리가 하나님을 알 수 있습니다.
자연과 창조 세계를 통해 하나님에 대해 어느 정도 생각할 수 있지만, 죄인인 인간이 하나님을 온전히 알고 구원에 이르는 데에는 하나님의 특별한 계시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계시의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십니다.
5. 그런데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왜 악이 존재할까?
아퀴나스를 읽을 때 반드시 만나게 되는 또 하나의 질문입니다.
“하나님이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합니다.
전쟁을 볼 때,
질병과 죽음을 볼 때,
어린아이의 고통을 볼 때,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우리는 질문합니다.
“하나님이 계시다면 왜 이런 일이 일어납니까?”
이것은 단순한 철학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의 삶을 뒤흔드는 질문입니다.
아퀴나스는 악의 문제를 철학적으로 탐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도 우리는 아퀴나스의 답을 그대로 암기하는 것보다 그가 어떻게 문제를 풀어가는지를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은 여기에서 성경의 이야기를 함께 가져와야 합니다.
성경은 세상의 악을 단순히
“인간이 지식을 충분히 갖지 못해서 생긴 문제”
라고 설명하지 않습니다.
성경은 인간의 타락과 죄를 이야기합니다.
동시에 하나님께서 죄와 악 가운데에서도 일하시며, 마침내 그리스도 안에서 구원의 역사를 이루신다고 말합니다.
6. 악의 문제 앞에서 십자가를 바라보다
여기에서 기독교의 대답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닙니다.
십자가입니다.
우리는 고통을 설명하는 것만으로 고통의 문제가 해결되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께서 인간의 고통을 멀리서 관찰하셨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들을 보내셨고,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셨습니다.
그러므로 기독교 신앙에서 악의 문제는 단순히
“왜 하나님은 악을 허용하시는가?”
라는 철학적 질문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더 깊은 질문으로 나아갑니다.
“악과 죄 가운데 있는 인간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구원하시는가?”
그리고 그 중심에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이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철학과 복음은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집니다.
철학은 악의 존재를 설명하려고 합니다.
복음은 악 가운데 있는 죄인을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일을 선포합니다.
7. 아퀴나스에게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생각하는 신앙’이다
그렇다면 개혁주의 그리스도인은 아퀴나스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무조건 받아들일 필요도 없습니다.
반대로 “가톨릭 신학자니까 읽을 필요 없다”고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고전은 그렇게 읽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저자의 사상 전체를 성경과 동일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저자의 질문을 무시하지도 않습니다.
질문을 배우고, 논리를 살펴보고, 전제를 확인하고, 성경 앞에서 분별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인문학 독서입니다.
아퀴나스에게서 우리는 특히 이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첫째, 질문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하나님은 존재하는가?”
“왜 악이 존재하는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이런 질문을 피하지 않습니다.
둘째,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나는 그렇게 생각해.”
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를 설명해야 합니다.
셋째, 반대 의견을 살펴보는 것
아퀴나스의 논증 방식에서 흥미로운 점 가운데 하나는 반대되는 주장들을 검토하고 그에 답하는 구조입니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가 토론하고 글을 쓸 때에도 매우 중요한 훈련입니다.
내 생각만 읽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생각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야 합니다.
넷째, 결론보다 사고 과정을 보는 것
고전을 읽으면서
“그래서 답이 뭐야?”
만 찾으면 고전은 시험문제가 됩니다.
하지만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을까?”
를 살펴보면 고전은 생각의 훈련장이 됩니다.
8. 신앙과 이성을 대립시키지 말자
오늘날에도 이런 구도가 자주 등장합니다.
신앙이냐 이성이냐.
성경이냐 과학이냐.
믿음이냐 생각이냐.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이 둘을 무조건 적대 관계로 만들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이성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생각할 수 있는 존재로 창조되었습니다.
질문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고,
비교할 수 있고,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생각하는 것은 믿음의 반대가 아닙니다.
다만 이성을 하나님 위에 놓는 순간 문제가 생깁니다.
그리스도인의 이성은 하나님을 심판하는 재판관이 아니라 하나님의 세계를 이해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더 깊이 생각하도록 사용하는 도구가 되어야 합니다.
9.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왜 이런 책이 필요한가?
이 질문은 이번 인문학 독서교실에서 특별히 중요합니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같은 책을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읽힌다고 해서 모두 철학자가 되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질문하는 힘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이렇게 질문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누가 만들었어요?”
좋은 부모는
“그런 질문 하면 안 돼.”
라고 막기보다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또 아이가 묻습니다.
“하나님이 사랑하신다면 왜 나쁜 일이 일어나요?”
이 질문 역시 쉽게 닫아버릴 필요가 없습니다.
함께 성경을 펴고,
함께 생각하고,
필요하다면 철학자의 이야기도 살펴보고,
다시 성경으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는 중요한 것을 배우게 됩니다.
“나는 질문해도 괜찮다.”
그리고 동시에,
“내 생각이 언제나 옳은 것은 아니다.”
이 두 가지를 함께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10. 아퀴나스를 읽으며 성경 앞에서 던져볼 질문
이번 책을 읽을 때에는 다음 질문을 적어 놓고 읽어보면 좋겠습니다.
① 아퀴나스는 무엇을 말하는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어떤 주장을 하는가?
② 그는 왜 그렇게 말하는가?
어떤 논리와 근거를 사용하는가?
③ 그의 생각에는 어떤 전제가 있는가?
인간의 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님과 세계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④ 나는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에 질문하는가?
그의 논증 가운데 설득력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은 무엇인가?
⑤ 성경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나님은 누구신가?
인간은 누구인가?
죄란 무엇인가?
구원이란 무엇인가?
예수 그리스도는 누구신가?
결국 이 질문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11. 고전은 성경을 대신하지 않는다
인문학 독서교실을 시작하면서 계속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고전은 성경을 대신하지 않습니다.
플라톤도,
공자도,
맹자도,
강유위도,
아퀴나스도
성경의 자리에 놓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의 책을 읽지 말아야 한다는 뜻도 아닙니다.
오히려 다양한 사상가의 책을 읽으면 우리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질문을 성경 앞에 가져갈 수 있습니다.
아퀴나스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하나님은 존재하시는가?”
우리는 다시 성경을 펼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아퀴나스는 묻습니다.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우리는 다시 성경을 읽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도록 지음받았습니다.
아퀴나스는 악의 문제를 묻습니다.
우리는 다시 십자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부활을 바라봅니다.
12. 이번 인문학 독서교실에서 꼭 기억할 한 문장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을 읽으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단순히
“신은 존재한다.”
라는 결론 하나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나는 무엇을 믿으며, 왜 그렇게 믿는가?”
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다.
질문하지 않는 사람도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께서 주신 이성과 성경을 통해 세상을 깊이 바라보고,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을 듣고,
그 생각의 전제를 살피고,
그 논리를 따라가 보고,
마침내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분별하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고전을 읽습니다.
고전은 우리의 생각을 넓혀 줍니다.
철학은 우리의 질문을 깊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나
성경은 우리의 생각과 질문을 하나님 앞에 세웁니다.
이번에 아퀴나스를 읽으며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이것인지도 모릅니다.
믿음은 생각의 반대가 아니다.
믿음은 우리의 생각을 하나님 앞에 세우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인문학 독서교실을 계속하는 이유입니다.
책을 많이 읽는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책을 제대로 읽고, 깊이 생각하고, 질문하며,
마침내 성경 앞에서 분별할 줄 아는 그리스도인.
그것이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고 싶은 독서의 모습입니다.
📚 인문학 독서교실 ⑥
함께 읽을 책
《신이 존재한다면 왜? 아퀴나스의 신학대전》
원전
토마스 아퀴나스, 《신학대전》
이번 독서의 핵심 질문
“하나님을 믿는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는 뜻일까?”
다음 책을 읽기 전에 이 질문 하나를 마음에 품어봅시다.
나는 내가 믿는 것을 왜 믿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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