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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너무 부족해서 그래요."
    "나는 태생이 이래서 안 돼요."
    "나는 원래 잘할 수 있는 게 없어요."

    이런 말들을 우리는 종종 듣거나 스스로 말하곤 한다. 누군가는 시험에 떨어지고, 누군가는 말실수 하나로 며칠을 괴로워한다. 이런 감정의 공통 분모는 ‘열등감’이다. 많은 사람들은 열등감을 숨겨야 할 약점으로 여기지만, 실제로는 성장을 자극하는 중요한 내적 반응일 수 있다.


    말더듬던 소년, 세 가지 갈림길

    한 청년은 학창 시절 말을 더듬는 탓에 수업이 두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는 친구들 앞에서 책을 읽는 것이 고통스러워 결석까지 했고, 점차 사람을 피하고 자신을 무가치하게 여겼다.

    그의 미래에는 세 가지 선택지가 있었다.

    1. 노력과 훈련을 통해 말더듬을 고치고 말의 장인이 되는 길
    2. 말이 아닌 다른 재능에 집중해 새로운 분야에서 빛나는 길
    3. 회피하고 숨고 움츠러든 채 자기 비하에 빠져드는 길

    이 이야기에서 보듯, 열등감은 누구에게나 있지만, 그 이후 어떤 방향으로 반응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


    열등감, 피할 것이 아니라 다루어야 할 감정

    열등감은 단지 ‘열등함’ 그 자체가 아니다. 그 감정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건강한 자기 인식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고, 자기 파괴적 도피의 출발점이 되기도 한다.

    열등감에 대한 대표적 반응 유형은 다음과 같다:

    • 직면하고 극복하는 방향: 열등감의 원인을 분석하고, 실제로 그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예: 말더듬을 교정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
    • 보상 행동: 자신이 부족한 영역 대신 다른 영역에서 탁월함을 드러냄으로써 자존감을 회복하려는 노력. (운동, 예술, 공부 등에서의 집중)
    • 도피 행동: 사회적 접촉을 회피하고, 현실을 외면하거나 공상에 몰두하는 경향. 심하면 자기 비하와 우울, 심리적 위축까지 이어진다.
    • 방어 기제: 현실을 합리화하거나 타인을 탓하면서 자존심을 보호하려는 무의식적 행동. (예: “시험이 불공평했어”, “나는 애초에 점수에 관심 없어”)

    이처럼 열등감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심리적 통증’이지만, 그 반응 방식은 우리의 삶의 질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우리가 열등감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1.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
      열등감은 수치가 아니라 감정의 경고등이다. 나의 약점, 한계, 실패를 직면할 때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진다.
    2. 성장을 자극하는 내적 동기로 삼아라
      열등감을 밑거름 삼아 더 깊은 자기 성찰과 더 넓은 도전의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많은 위인들이 ‘결핍’을 ‘동력’으로 삼았다.
    3. 도피 대신 건강한 표현과 해결의 길을 찾아라
      감정을 억누르기보다 말하고 나누고 표현하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다.
    4. 혼자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을 요청하라
      상담, 멘토링, 영적 공동체의 지지 속에서 나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다. 누구나 혼자서는 약하다.

    복음으로 본 열등감: 하나님 안에서의 회복

    기독교 세계관은 인간을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존귀한 존재’로 본다. 우리의 가치는 성공이나 외모, 능력이 아닌, 하나님의 사랑받는 자녀라는 신분에서 시작된다.

    열등감은 죄로 인해 왜곡된 자기 인식의 한 형태다.

    하나님을 떠난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기준 삼아 평가하고, 남과 비교하며 스스로를 정죄한다. 하지만 복음은 말한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우리는 약하기 때문에 하나님의 은혜가 필요하고, 바로 그 은혜 안에서만 진정한 자존감이 세워진다. 열등감은 나를 드러내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나의 부족함을 고백하고 주님을 의지하는 겸손의 자리가 된다.

    복음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사랑을 경험하게 한다.

    세상은 “더 잘해라, 더 강해져라”라고 말하지만, 예수님은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고 말씀하신다(마태복음 11:28). 나의 약점과 결핍조차 하나님이 사용하시는 도구가 될 수 있다.

    복음 안에서 열등감은 소멸되는 것이 아니라, 변화되어 사명으로 승화된다.

    말 못하던 모세가 하나님과 동행하며 민족의 지도자가 되었고, 자존감이 낮았던 기드온은 하나님의 능력으로 큰 용사가 되었다. 하나님은 열등감을 넘어서는 새로운 정체성과 사명을 우리에게 주신다.


    마무리하며: 약함을 자랑하는 용기

    열등감은 누구나 가진다. 문제는 감정이 아니라 그 감정을 다루는 우리의 자세다. 하나님은 완벽한 사람을 쓰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하고 하나님을 의지하는 사람을 통해 일하신다.

    우리의 약함은 하나님의 능력이 머무는 자리다. 그러므로 감추려 하지 말고, 회피하지 말고, 복음 안에서 정직하게 바라보자. 거기서 자유가 시작된다.

    -말씀의 종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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