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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하나님의 열심』 리뷰

리덴 가이드 2026. 9. 1. 04:00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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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영선 『하나님의 열심』 리뷰 — 믿음의 주어를 바꿔야 할 때

    "믿음이 없어서 그래요." 나는 이 말을 정말 많이 들었다. 병원에서, 상담실에서, 그리고 나 자신에게도 여러 번 했던 말이다. 뭔가 안 풀리면 믿음 탓, 기도가 응답 안 되면 믿음 탓, 신앙이 식으면 그것도 믿음 탓. 그런데 이 말을 계속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상한 결론에 도달한다. 결국 구원도, 성화도, 신앙생활 전부가 '내가 얼마나 잘 믿느냐'에 달려 있다는 결론.

    박영선 목사의 『하나님의 열심』은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뒤집는 책이다.

    이 책은 어떤 자리에서 쓰였나

    박영선 목사는 40년 가까이 남포교회에서 강해 설교를 해온 사람이다. 이 책은 그가 평생 붙들고 씨름한 주제, '믿음의 주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정면으로 다룬 설교를 엮은 것이다. 그는 오랫동안 신학교에서 설교학을 가르치기도 했는데, 그 이력 때문인지 이 책은 학문적인 논증보다는 강단에서 육성으로 전해지는 듯한 어조를 갖고 있다. 문어체보다 구어체에 가까운 문장들이 많다.

    제목부터 도발적이다. '하나님의 열심'이라니. 우리는 보통 열심이라는 단어를 사람에게 붙인다. 열심히 기도하는 사람, 열심히 봉사하는 사람. 그런데 박영선은 그 열심의 주어를 하나님으로 돌린다.

    믿음의 주어를 바꾸는 작업

    이 책의 핵심은 단순하다. 믿음이라는 것이 신자의 결단이나 노력에서 시작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주권적인 일하심에서 시작된다는 것. 박영선은 이걸 계속 반복해서 말한다. 우리가 하나님을 붙잡은 게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붙잡고 계신다고.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내 안에 오래 쌓여 있던 피로감의 정체를 알게 됐다. 신앙생활을 오래 하다 보면, 특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신앙이 자기 증명의 무대가 된다. 나는 얼마나 헌신했나, 나는 얼마나 믿음이 좋은가. 그런데 박영선은 그 무대 자체를 없애버린다. 애초에 무대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었다는 얘기다.

    이건 자칫 잘못 들으면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도 된다"는 말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런데 박영선이 말하려는 건 그게 아닌 것 같다. 인간의 열심이 무의미하다는 게 아니라, 그 열심의 뿌리와 근거가 어디에 있는지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에 더 가깝다.

    은혜가 편해지지 않는 이유

    흥미로운 건, 이 책이 은혜를 강조하면서도 결코 편안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 '은혜 중심' 설교는 위로의 언어로 흘러가기 쉬운데, 박영선의 문장은 오히려 계속 독자를 불편하게 찌른다. 그는 신자가 하나님의 주권 앞에서 안일해지는 것도, 반대로 자기 노력으로 신앙을 증명하려는 것도 둘 다 비판한다.

    나는 이 균형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한쪽으로 기울면 값싼 은혜가 되고, 다른 쪽으로 기울면 율법주의가 된다. 박영선은 그 사이 어딘가에서 계속 씨름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 씨름이 매끄럽게 정리되지는 않는다. 어떤 부분에서는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다가, 다른 부분에서는 다시 신자의 결단을 촉구하는 것처럼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나는 이게 오히려 이 책의 정직함이라고 본다. 신앙이라는 게 원래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는 긴장을 품고 있으니까.

    가나안 성도에게 이 책이 주는 것

    제도를 떠난 사람들, 혹은 몸은 있어도 마음은 떠난 사람들에게 이 책이 유효한 이유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가 교회를 떠나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신앙이 자꾸 실적처럼 요구됐기 때문 아니었을까. 얼마나 봉사했는지, 얼마나 헌금했는지, 얼마나 자주 나왔는지. 이 책은 그 실적표 자체를 문제 삼는다. 애초에 신앙의 주어가 하나님이라면, 그 실적표는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진 표였다는 얘기다.

    물론 이 말이 곧바로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고, 그 상처를 준 사람들은 여전히 그 실적표를 들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 자신을 향해서는, 이 책이 어떤 짐 하나를 내려놓게 해주는 것 같다.

    빛과 그늘

    이 책의 빛은 명확하다. 신앙을 인간의 성취로 만드는 모든 시도에 제동을 건다는 것. 한국 교회가 오랫동안 '열심'을 신앙의 척도로 삼아온 걸 생각하면, 이 책은 그 흐름 한복판에서 나온 자기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다. 목회 현장에서 나온 언어라 관념적이지 않고 구체적이다.

    그늘도 있다. 설교를 엮은 책이다 보니 논지가 반복되고, 같은 이야기를 여러 각도에서 계속 하는 느낌이 든다. 처음 읽는 독자에게는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 하나, 하나님의 주권을 강조하는 신학은 자칫 잘못 적용되면 개인의 고통이나 부조리를 지나치게 쉽게 설명해버리는 위험도 있다. 이 책 자체가 그렇게 흘러가진 않지만, 이 신학적 전제를 가져다가 목회 현장에서 함부로 쓰면 "다 하나님의 뜻이니 받아들이라"는 식의 폭력적인 언어로 변질될 수 있다는 걸 독자는 염두에 두고 읽어야 할 것 같다.

    이후 읽을 책

    이 책 다음으로는 팀 켈러의 『답이 되는 기독교』를 권하고 싶다. 박영선이 개혁신학의 언어로 은혜의 주권을 다뤘다면, 켈러는 좀 더 변증적인 언어로 같은 질문을 다룬다. 또 J.I. 패커의 『하나님을 아는 지식』도 함께 읽으면 좋다. 하나님이 신앙의 주어라는 이 책의 논지를, 좀 더 체계적인 신학의 언어로 확인해볼 수 있다.

    닫는 말

    나는 여전히 내 신앙을 실적으로 확인하려는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다. 오늘 하루 얼마나 기도했는지, 얼마나 말씀을 읽었는지 세고 있는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그런데 이 책을 덮고 나면, 적어도 그 세는 행위 자체가 신앙의 본질은 아니라는 걸 다시 떠올리게 된다. 당신도 혹시 지금 자기 신앙의 점수를 매기고 있다면, 잠깐 그 계산기를 내려놓아도 괜찮을 것 같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팀 켈러 『답이 되는 기독교』, J.I. 패커 『하나님을 아는 지식』, 디트리히 본회퍼 『신도의 공동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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