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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타락 이후에도 흐르는 은혜의 언약 

    본문: 창세기 9:18-29

     

    서론

    창세기 9장의 후반부는 노아 이야기의 예상치 못한 반전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방주에서 나온 의인 노아가 포도주에 취해 벌거벗은 채 장막에 누워 있고, 그를 본 아들 함은 경솔하게 행동합니다. 이에 대한 노아의 반응은 단순한 분노를 넘어선 예언적 선언이며, 이는 이후 인류 역사와 민족 구도의 뿌리가 되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이 본문은 단순한 도덕 교훈이나 가족 윤리를 넘어서, 인간의 죄성과 하나님의 언약,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이어지는 구속사의 흐름을 드러냅니다. 오늘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타락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고자 합니다.

     

    1. 술에 취한 의인 – 노아의 연약함과 인간의 본질 (9:18-21)

    노아는 홍수 심판을 통과한 의인이며, 하나님께 제단을 쌓고 언약을 받은 자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땅에 내려와 농사를 시작하고, 포도나무를 가꾼 뒤 스스로 만든 포도주에 취합니다.

    노아가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 채 취한 모습은 인간의 타락성이 전적으로 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줍니다. 죄는 환경을 탓할 수 없습니다. 의인도 넘어집니다. 경건한 사람도 실수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연약함을 대하는 태도에 있습니다. 노아는 성경 최초로 ‘술 취함’을 경험한 사람으로, 이 사건은 성경 전반에 걸쳐 음주와 절제가 가지는 영적 상징성을 시작하게 합니다.

     

    2. 함과 두 형제 – 죄를 대하는 태도 (9:22-23)

    함은 아버지의 벌거벗음을 보고 밖으로 나가 형제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조롱 혹은 경멸의 뉘앙스가 담긴 행동입니다. 그의 태도는 부끄러움을 덮기보다 드러내고 조롱하는 태도였고, 이는 성경이 경계하는 ‘존귀한 자를 가볍게 여김’입니다.

    반면, 셈과 야벳은 옷을 어깨에 메고 뒷걸음질로 들어가 얼굴을 돌려 아버지의 하체를 덮습니다. 그들의 태도에는 경외와 자비, 공동체 윤리의 회복이 담겨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타인의 실수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함인가, 셈과 야벳인가를 점검해야 합니다. 교회는 상처받은 자를 정죄하지 않고 회복으로 이끄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3. 언약과 운명의 선언 – 가나안의 저주와 셈의 축복 (9:24-29)

    술에서 깨어난 노아는 상황을 파악하고 세 아들에 대해 예언적 선언을 합니다. 그는 함을 직접적으로 저주하지 않고, 그의 아들 가나안을 저주합니다. 이는 함의 죄가 단절되지 않고 후대에 영향을 끼친다는 경고이자, 고대 근동 사회에서 자손을 통해 상징되는 축복과 저주의 구조를 반영합니다.

     

    셈은 축복을 받습니다. "셈의 하나님 여호와를 찬송하리로다." 이는 아브라함과 메시아 계보가 셈을 통해 이어질 것이라는 구속사의 초석입니다. 야벳은 ‘셈의 장막에 거하게’ 된다는 축복을 받습니다.

     

    이는 이방인의 구원이 유대인을 통해 복음으로 이루어질 것임을 암시합니다. 가나안은 종의 종이 된다는 선언을 받습니다. 이것은 역사적으로 이스라엘과 가나안 족속의 관계를 미리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의 교만한 태도와 무분별한 행동이 후대에 미치는 영향을 경고합니다.

     

    결론: 인간은 넘어지지만, 은혜는 멈추지 않는다

    창세기 9:18-29는 매우 인간적인 장면입니다. 믿음의 조상 노아도 실수합니다. 자식들은 제각기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어떤 이는 조롱하고, 어떤 이는 존중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서도 하나님은 여전히 언약을 지키시고, 구원의 줄기를 놓지 않으십니다.

     

    우리는 이 장면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인 연약함을 깨닫고,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구속사의 역사에 동참할 수 있음을 고백하게 됩니다. 오늘도 넘어지는 우리에게, 하나님은 셈의 장막으로 초대하십니다. 그곳이 바로 그리스도의 복음 아래 거하는 교회이며, 회복과 은혜의 장소입니다.

    아멘.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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