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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한 목사님이 한국교회의 현실을 진단하며 목회자의 정체성과 사명에 대해 조용히 강의하셨던 말씀이 문득 생각납니다.
    그때는 한참 신학을 시작하던 시절이라 깊이 와닿지 않았지만, 목회의 길을 고민하는 지금은 오히려 그 말씀이 제 가슴을 찌르듯 다가옵니다.

    그분은 말했습니다.
    “한국교회가 너무 강해졌고, 너무 유능해졌고, 너무 중심에 서게 되었다. 그런데 복음은 언제나 약하고, 착하고, 주변을 향했다.”

    강해진 교회, 그러나 복음은 약함에 있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고린도후서 12:9)

    이 말씀은 사도 바울이 자신에게 있는 '가시'로 인해 하나님께 세 번이나 간구했지만, 오히려 약함 속에서 하나님의 능력이 드러난다는 응답을 받았던 장면입니다.

    오늘날 교회는 어느덧 약함보다는 강함을 추구하게 되었습니다.
    건물은 더 크고, 예배는 더 화려해지고, 목회자는 더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그런 외형 속에서, 진짜 복음의 능력은 오히려 사라져가는 것은 아닐까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된다"는 예수님의 선언(누가복음 4:18)은 여전히 유효한데, 정작 교회는 가난한 이들의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습니다.

    화려함 속의 예배, 진정성은 어디에 있을까

    “이 백성이 입술로는 나를 공경하되 마음은 내게서 멀도다.” (마태복음 15:8)

    예배가 더 커지고 시각적 요소가 풍성해졌지만, 과연 우리는 하나님 앞에 마음을 쏟고 있는가 묻게 됩니다.
    한편으론, 예배조차도 사람을 감동시키기 위한 연출이 되고, 하나님이 아닌 청중의 반응을 의식하는 무대가 되어가고 있지는 않을까요?

    하나님은 입술의 찬양보다 상한 심령과 통회하는 마음(시편 51:17)을 기뻐하십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더 이런 고백을 하게 됩니다.
    “말씀을 전하는 것보다, 먼저 말씀 앞에 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목회자는 누구의 길을 따라야 하는가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너희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마태복음 20:26–27)

    예수님의 길은 종의 길이었습니다.
    사도 바울도, 베드로도, 초대 교회 지도자들도 모두 그 길을 따라갔습니다.
    그들은 화려하지 않았고,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려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눈물과 고난과 기도, 그리고 작은 자들 곁에 머무는 삶으로 복음을 증거했습니다.

    그리스도께서도 자신을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기에 하나님께서 지극히 높이셨습니다(빌립보서 2:8–9).
    그 순종의 길을 따르는 것이 참된 목회자의 길 아닐까요?

    나는 어떤 목사가 되고 싶은가

    이 질문 앞에 설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집니다.
    성공한 목사보다, 신실한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목사보다, 하나님께 충성된 종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이들의 박수보다, 한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길이 되는 목회,
    수많은 설교보다, 한 번의 진실한 삶으로 증거되는 복음,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지금 이 시대 교회에 필요한 것

    지금 우리 교회가 회복해야 할 것은 새로운 전략이 아닙니다.
    프로그램도, 조직도, 영향력도 아닙니다.
    예수님이 걸으신 십자가의 길, 눈물과 섬김의 목회,
    가난한 자에게 임하는 복음의 능력을 다시 붙드는 것입니다.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
    (마태복음 25:35)

    복음은 언제나 구체적인 사람의 삶 속에서 드러납니다.
    주린 자, 목마른 자, 나그네, 병든 자, 감옥에 있는 자.
    그들을 찾아가는 교회, 그들과 함께 울어주는 목회자가 진짜 필요합니다.

     

    주여 여기 참으로 어리석고 어린 목사가 당신의 긍휼을 구하며 기도합니다.

    저를 당신의 교회 문지기 되게 하소서.

    양의 문을 넘는 이들의 발목에 힘을 더해 주는 문지기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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