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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생각합니다.
‘목회자의 길’, 그 길은 도대체 어떤 삶을 말하는 걸까?
나는 진실로 이 길을 제대로 걷고 있는 것이 맞는가?
아니, 그보다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나는 진정 목회자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인가?”
그럴 때마다 오래전 한 목사님의 강의가 떠오릅니다.
목회는 본질적으로 성육신의 길이며,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는 길,
묵묵히, 억울하게, 수동적으로 묶인 자리에서 하나님의 드라마를 엮어가는 여정이라는 그 말씀.
오늘 그 길 위에서, 다시 한 번 나는 어떤 목사가 되어야 할까라는 질문 앞에 서 봅니다.
드러나지 않는 삶, 그러나 하나님이 일하시는 삶
목회란 어떤 위대한 계획을 세우고, 탁월한 전략으로 사람들을 이끄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예수님처럼 삶의 무게에 눌려 허덕이는 사람들 곁에서 조용히 짐을 함께 지는 일입니다.
마치 요셉처럼,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감옥에 갇히고 오해받으며 묶이는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의 발은 차꼬를 차고 그의 몸은 쇠사슬에 매였으니 곧 여호와의 말씀이 응할 때까지라 그의 말씀이 그를 단련하였도다” (시편 105:18–19)
하나님은 요셉을 종으로, 죄수로, 철저한 수동태의 삶 속에 던져 놓으셨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묶임은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구속의 스토리였습니다.
우리의 목회도 그러합니다.
우리는 선택하거나 주도하는 자가 아니라, 묶여 있는 자로서 하나님께 처분되는 존재입니다.
내가 주인공이 아님을 인정하는 태도
현대 사회는 모든 이에게 “주인공이 되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목회자는 주인공이지만 스타가 아닙니다.
예수님의 이야기, 복음의 이야기 속에서 본문을 드러내기 위한 조연일 뿐입니다.
마치 영화 '벤허'에서 찰턴 헤스톤이 빛나는 것은 스토리를 중심에 두고 자신을 감춘 배우였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설교, 리더십, 카리스마가 빛나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만이 본문이며 중심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본문이 아니다. 본문은 예수 그리스도이다.”
이 진실을 붙드는 것이 목회자의 명예입니다.
억울함과 분노를 품고 가는 길
목회자의 마음 한켠에는 언제나 억울함과 분노가 자리합니다.
충성스럽게 사역해도 돌아오는 것은 오해와 냉소,
진심으로 섬겨도 때로는 무시와 상처를 경험합니다.
“우리가 주의 나라와 의를 위해 이렇게 수고하건만, 이게 무슨 현실인가?”
이 탄식은 모든 목회자의 내면에서 울려 퍼지는 메아리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가장 억울한 방식으로, 가장 조용하게 십자가를 지셨습니다.
그 길이 바로 하나님의 길이며, 목회의 길입니다.
“사람들이 너희를 욕하고 박해하며 거짓으로 너희를 거슬러 모든 악한 말을 할 때에는 너희에게 복이 있나니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마태복음 5:11-12)
후회와 자책조차도 하나님의 재료다
목회자라면 누구나 실수와 후회, 그리고 자책의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때로는 과거의 실수가 자꾸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우리가 자책하는 그 조각조각마저도 하나님의 스토리에 엮어 가십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못난 대로 갚지 않으신다.”
실수 없는 인생이 아니라, 실수를 통해 성숙해가는 목회가 하나님의 길입니다.
하나님께는 ‘쓸모없는 시간’이 없습니다.
후회와 눈물, 그리고 연약함조차도 하나님의 사역 재료가 됩니다.
우리는 그분의 손에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어떤 목사가 될 것인가
나는 멋있는 목사보다, 묶인 자의 목회를 살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내가 계획한 길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자리에서 묵묵히 스토리를 써 내려가는 목사가 되고 싶습니다.
어쩌면 평생 누군가의 기억에도 남지 않는 존재감 없는 삶일지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본문을 드러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 길이 외롭고 억울할지라도, 그 길이 예수님의 길이었다면,
저는 그 길 위에 계속 서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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