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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교회 목회자의 길 ― 고통에서 피어나는 은혜의 노래
교회를 개척한다는 건, 바람 부는 들판에서 홀로 씨앗을 뿌리는 일과 같습니다. 누구도 걸어가지 않은 길 위에서, 때론 싸늘한 바람이 얼굴을 때리고, 때론 따스한 햇살이 등을 다독이지만, 그 길은 언제나 혼자 걷는 길 같습니다.
처음 교회를 세우겠다는 마음을 품었을 때, 마음속에는 불꽃같은 열정이 있었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세우겠다는 꿈, 복음으로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겠다는 열망, 그 열정 하나만으로도 세상이 변할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막상 그 길을 걸어보니, 꿈은 늘 현실의 벽 앞에서 부서지곤 했습니다. 사람은 쉽게 모이지 않았고, 재정은 늘 바닥을 드러냈으며, 홀로 감당해야 할 짐은 점점 무거워졌습니다.
꿈의 좌절 속에서 배우는 첫 번째 교훈
개척자는 누구보다 큰 꿈을 꾸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 꿈은 좌절이라는 시험대 위에서 반드시 한 번은 꺾이게 됩니다. 교회 문을 열고 첫 예배를 드릴 때, 혹은 두 번째, 세 번째 예배를 이어갈 때 빈자리가 눈에 들어오고, 마음속 깊은 곳에서 ‘이 길이 맞나’라는 의문이 피어오릅니다. 좌절은 피할 수 없는 손님처럼 찾아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좌절은 선물입니다. 그것은 나의 욕심과 나의 야망을 깎아내고, 하나님 앞에서 겸손히 무릎 꿇게 만듭니다. 사람을 모으는 일보다 더 중요한 건, 하나님 앞에 진실한 사람이 되는 일임을 깨닫게 됩니다.
열등감과 비교의 늪을 건너는 법
개척 초기에 가장 괴로운 순간은, 다른 교회들과 나를 비교할 때 찾아옵니다. 옆 교회는 몇 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했는데, 나는 왜 이 자리에서 맴도는가? 교인들이 아무렇지 않게 던진 말 한마디, “다른 교회는 이런 프로그램도 하던데요?”라는 무심한 질문이 가슴에 비수처럼 꽂힙니다.
이럴 때 목회자가 붙들어야 할 것은 ‘나’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입니다. 목회자의 가치는 교인의 숫자나 교회 크기로 측정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한 영혼을 얼마나 사랑하고 품었는가, 그것이 참된 기준입니다. 이 진리를 마음에 새길 때, 열등감은 조금씩 힘을 잃고, 비교의 늪에서도 빠져나올 길이 보입니다.
재정의 부담을 껴안으며 배우는 신뢰
개척교회에서 돈은 언제나 아픈 숙제입니다. ‘믿음으로 하면 되겠지’라는 다짐으로 시작하지만, 한 달, 두 달이 지나며 재정 부족이 눈앞에 드리워질 때, 목회자는 하나님을 향한 신뢰를 다시 배워야 합니다. 사람을 의지하면 실망할 때가 많습니다. 내가 가장 믿었던 이들이 떠나고, 큰 기대를 걸었던 이들이 마음을 접을 때, 마음은 휘청거립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사람에게서 눈을 거두고, 오직 하나님만 바라보도록 이끄십니다. 아둘람 굴에 모였던 다윗의 무리처럼, 교회로 찾아오는 사람들은 상처입은 이들이 많습니다. 그들의 아픔을 함께 껴안는 것은 힘든 일이지만, 동시에 목회자를 변화시키는 훈련이 됩니다.
마음을 지키는 자가 되라
개척교회 목회자에게 가장 중요한 훈련은 마음을 지키는 일입니다. “무릇 지킬 만한 것보다 네 마음을 지키라 생명의 근원이 이에서 남이니라”(잠언 4:23). 영적 침체는 마음의 문이 무너질 때 찾아옵니다. 한두 사람의 말, 작은 오해,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쌓이면 마음은 서서히 지쳐갑니다.
하지만 그때야말로 말씀을 붙들고, 묵상으로 마음을 채워야 할 시간입니다. 부정적인 생각 대신 하나님의 약속을 되새기며, 오늘 하루를 감사로 채우는 것, 그것이 목회자의 마음 관리입니다.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내는 목회자야말로, 결국 하나님의 꿈을 이루는 도구가 됩니다.
배움을 멈추지 않는 리더가 되라
목회자는 동시에 리더입니다. 목양의 길을 걷는 사람은 늘 배워야 합니다. 변화하는 시대를 읽고, 사람을 이해하고, 하나님 앞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일은 평생 멈출 수 없는 과제입니다. 독서는 영혼을 살찌우고, 공부는 자신을 발견하게 합니다. 학위를 넘어서서 실력을 키워야 하고, 실력은 결국 하나님의 지혜 안에서 성장합니다.
배움의 길에서 열등감은 서서히 힘을 잃습니다. 지속적인 성장은 자신감을 키우고, 목회자의 내면을 단단히 세웁니다. 목회자는 공부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끊임없이 배우는 이들에게 하나님은 넉넉한 지혜를 주십니다.
사람을 사랑하되 집착하지 말라
목회자에게 주어지는 관계의 시험은 끝이 없습니다. 사람은 사랑의 대상이지, 의지의 대상이 아닙니다. 한 사람에게 기대를 걸고, 전적으로 의지할 때 실망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넓게 품고, 느슨한 끈으로 관계를 맺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사람은 영적인 존재입니다. 성도들은 자신을 향한 목회자의 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합니다. 사람을 사랑하기로 선택하세요. 그것이 목회자의 참된 능력입니다.
문제를 안고 사는 기술을 배워라
목회는 문제 해결의 연속입니다. 목회자는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하고, 문제 속에서 기회를 발견할 줄 알아야 합니다. 상처받은 조개가 진주를 만들어내듯, 문제를 껴안은 목회자는 언젠가 그것을 축복으로 바꿀 힘을 얻게 됩니다.
한 우물을 파는 성실함으로 걸어가라
마지막으로, 개척교회 목회자는 한 우물을 파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복음의 우물, 은혜의 우물, 인내의 우물을 파는 사람. 조급함을 경계하고, 하루하루를 성실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빨리 핀 꽃은 먼저 지지만, 오래 엎드린 새는 높이 납니다. 오늘도 어깨를 펴고, 작은 일에 충성하며 걷다 보면, 하나님이 예비하신 열매를 반드시 보게 될 것입니다.
교회를 세우는 길은 눈물과 기도의 길입니다. 그러나 그 길은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씨앗을 뿌리는 손끝에서, 하나님의 꿈이 자라납니다. 실패 속에서 배우고, 눈물 속에서 웃고, 고난 속에서 피어나는 은혜의 꽃을 보며, 오늘도 다시 한 걸음을 내딛습니다. 최후 승리를 얻을 그날까지, 충성하며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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