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4편 묵상 시편 3편이 "내가 누워 자고 깨었으니 여호와께서 나를 붙드심이로다"라는 아침의 고백으로 저물었다면, 4편은 "내가 평안히 눕고 자기도 하리니"라는 저녁의 고백으로 다시 문을 엽니다. 옛 유대 전통은 3편을 아침 기도로, 4편을 저녁 기도로 나란히 읽어 왔습니다. 하루의 두 끝을 붙드는 이 한 쌍의 시 앞에서, 오늘은 저물어 가는 하루를 함께 걸어 보려 합니다.나의 의의 하나님이여 (1절)내 의의 하나님이여 내가 부를 때에 응답하소서 곤란 중에 나를 너그럽게 하셨사오니 내게 은혜를 베푸사 나의 기도를 들으소서첫 구절의 "나의 의의 하나님"이라는 호칭은 예사롭지 않습니다. 다윗이 스스로를 의롭다 여겨 붙인 이름이 아니라, 자신의 의로움이 온전히 하나님께 속해 있다는 고백이기 때문입니다. 칼..
시편 3편 묵상 시편 3편의 표제에는 짧은 역사가 적혀 있습니다. "다윗이 그의 아들 압살롬을 피할 때에 지은 시." 왕이 자기 아들에게 쫓겨 맨발로 감람산을 오르던 밤, 그 걸음 속에서 태어난 노래입니다(사무엘하 15장). 시편 2편이 왕좌에 앉으신 이의 웃음으로 시작했다면, 3편은 왕좌에서 쫓겨난 이의 눈물로 시작합니다. 오늘의 산책은 이 낮아짐의 자리에서 출발해 보려 합니다.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1-2절)여호와여 나의 대적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일어나 나를 치는 자가 많으니이다 많은 사람이 나를 대적하여 말하기를 그는 하나님께 구원을 받지 못한다 하나이다가장 아픈 대적은 낯선 자가 아니라, 한 지붕 아래서 자란 자식이었습니다. 다윗을 쫓는 무리 중에는 그가 길러 낸 아들과, 한때 그의 ..
시편 산책 (2) — 웃으시는 이, 그리고 입 맞추라는 말씀시편 1편이 끝나면, 우리는 문득 한 사람의 조용한 길에서 세상이라는 광장으로 걸어 나오게 됩니다. 시냇가에 심긴 나무처럼 홀로 서 있던 그 복 있는 사람이, 2편에 이르러서는 소란한 열방들 한가운데 서게 되는 것이지요. 옛 랍비들은 1편과 2편을 한 쌍의 문으로 읽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개인의 마당으로 들어가는 문이고, 다른 하나는 역사라는 광장으로 나가는 문. 오늘은 그 두 번째 문 앞에 서 봅니다.어찌하여 열방이 소란한가 (1-3절)어찌하여 이방 나라들이 분노하며 민족들이 헛된 일을 꾸미는가 세상의 군왕들이 나서며 관원들이 서로 꾀하여 여호와와 그의 기름 부음 받은 자를 대적하며히브리어로 "소란하다(רָגַשׁ, 라가쉬)"는 말은 단순히 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