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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하늘을 가리는 어두운 빌딩들, 방향을 탐색하기는 역부족인 가로등의 흔들리는 불빛들, 거미줄같은 길 위를 넋을 놓고 달려가는 사람들, 의미 파악이 쉽지 않은 쏟아지는 언어들, 맥락을 잃어버린 삶의 이야기들이 뒤섞여 있는 이 도시, 그곳에서 사람들은 저마다 의미를 찾고 있다.
누군가는 너무나 외로워하고, 그 누군가는 생명의 벼랑 끝에 자신을 세우고 있다. 도시는 사랑과 꿈, 야망과 실패, 정의와 불의가 한데 얽혀 있는, 인간 삶의 축소판이다. 그렇기에 도시는 목이 마르다. 다시 우물가에 나오지 않아도 되는 영원히 목마르지 않는 복음의 메시지를 갈망한다.
나는 ‘누가복음’이라는 한 권의 복음서 안에서, 오늘 우리가 사는 도시 속으로 걸어 들어오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났다. 그리고 그 분의 걸음을 따라 이 글을 기록하게 되었다. 이 책이 단지 수많은 누가복음 성경강해 설교집 중 하나가 되어 버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속한 이 도시 속에서 잃어버린 그 한 사람을 어떻게 찾아내시는지, 그리고 그와 함께 어떻게 삶을 나누며 식탁을 공유하시는지, 믿음이 없어 헤매는 이를 어떻게 어루만져 주시며 진정한 믿음의 사람으로 세워가시는지, 그 현장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
도시에서 복음이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어 죽음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도시의 숲을 어떻게 생명의 향기가 코 끝을 울리는 사랑의 정원으로 바꾸는지, 그리고 우리의 숨이 막히는 답답한 일상에 어떻게 복음이 찾아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마르지 않는 회복력을 가져오는지를 본대로 전하는 이야기이기 원하며 그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당신으로 초대하는 초대장이 되기를 원한다.
1. 누가복음은 ‘도시’를 위한 복음이다
누가는 이방인 출신의 의사였다. 그는 제자들 중에서도 예수님을 직접 따라다닌 사도는 아니었지만, 이방인 독자들을 위해 가장 섬세하고 폭넓은 시각으로 예수님의 생애를 기술한 사람이다. 누가복음은 다른 복음서보다 도시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풍부하다. 그는 가난한 자, 병든 자, 여인들, 세리와 죄인들, 사회에서 밀려난 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 이것이 바로 도시의 실체다.
예수님은 누가복음에서 끊임없이 도시의 실체 속으로, 피하지 않고 온 몸으로 걸어 들어가신다.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시골 마을에서 도시 광장 그 중심까지, 거리에서 집 안 식탁까지. 그는 멈추지 않으신다. 한 사람을 만나시기 위해, 한 영혼을 품기 위해, 거절과 오해와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신다. 도시의 문화는 그를 막을 수단이 없다. 그리고 결국 십자가의 빛으로 예루살렘 도성, 그 깊은 어둠을 환하게 비추시며 들어오신다.
2. 예수는 누구를 위해 오셨는가?
누가는 복음서 기자들 중에서 가장 분명하게 말한다.
예수는 잃어버린 자를 찾기 위해 오셨다.
“인자가 온 것은 잃어버린 자를 찾아 구원하려 함이니라” (눅 19:10)
예수님은 착한 사람을 위해 오신 것이 아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자를 위한 구세주가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병들었음을 아는 자, 자신이 죄인임을 인정하는 자,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고백을 가진 자를 위해 오셨다. 누가복음의 모든 장면은 이 사실을 드러낸다. 도시가 감눈물 흘리는 창녀, 세리의 낮은 목소리, 간절한 이방 백부장의 기도, 과부의 작은 헌금… 이 모든 장면은 복음의 본질이 무엇인지 강력하게 선포하고 있다.
3. 도시를 품은 그리스도
나는 이 책의 제목을《그리스도, 도시를 품다》라고 정했다. 예수님은 도시를 떠나 은둔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죄 많고 복잡하고 부조리한 인간 군상 속으로 들어오셨다. 그는 광장에 서셨고, 세리의 집에 앉으셨고, 종교 지도자들과 논쟁하셨고, 거리의 눈먼 자를 만지셨다. 그는 성전의 권위에 도전하셨고, 하나님의 나라를 가리는 예루살렘, 그 도시에서 정의와 사랑을 다시 써내려가셨다.
이 책에서 증거하는 누가복음의 이야기들은 단순히 과거의 예수님 이야기가 아니다. 오늘의 도시에서도 여전히 동일하게 역사하시는 복음의 능력을 증언하는 지금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다. 우리는 허기와 무기력에 사로잡혀 있다. 목적도 없이 바쁘고, 피로한다. 삶의 온도가 너무 뜨거워 사막처럼 고립된 체 살아간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예수님은 여전히 말씀하신다.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눅 19:5).
4. 이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이 책은 설교집이다. 실제로 목회 현장에서 누가복음을 강해하며 전했던 설교문을 기반으로 다듬은 것이다. 각 장은 누가복음의 흐름을 순서로 따라간다. 본문 해석–복음 적용–도시적 맥락–현대적 실천이라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도시의 성도들이, 직장인들이,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을 준비하는 리더들이 각자의 삶 속에서 말씀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낼 수 있을지 고민하며 준비했다.
이 책을 조용한 새벽에 펼쳐든 누군가를 생각한다. 혹은 선물로 받은 책이라 막간을 이용해 이 책을 읽고 있는, 혹은 바쁜 사역의 현장에서 설교의 인사이트 얻기 위해서 책을 읽고 있는 당신을 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 이 책 속에서 증거되는 그리스도가 도시 속에서 지친 당신의 마음을 열고 생명을 능력을 풍성하게 부어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
5. 끝으로
예수님은 오늘도 이 도시를 가로질러 걷고 계신다. 그는 여전히 잃어버린 자를 찾으신다. 그렇다, 복음은 도시에서 더욱 크게 살아 움직인다. 우리는 그 복음의 힘으로 살아간다. 우리는 복음을 단순히 아는 자가 아니다. 복음을 누리고 복음으로 도시를 살며 도시를 밝히는 빛, 그리스도를 담은 등잔이다.
이 책을 통해, 예수님을 새롭게 만나고, 도시 속에서 복음의 능력을 더 풍성한 인생을 함께 살아가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리스도께서 걸으신 그 길 위에서 우리의 인생이 아름답게 꽃피우길.
2025년 어느 뜨거운 여름
복음의 빛이 비취는 그 도시에서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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