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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물처럼 흘러가는 권력의 자리, 그리고 하나님 나라의 질서
    — 에스더 1장 묵상 —


    본문읽기 에스더 1장

    1. 아하수에로 왕의 위엄과 잔치 (1–4절)

    1 일은 아하수에로 때에 있었던 일이니 아하수에로는 인도로부터 구스까지 백이십칠 지방을 다스리는 왕이라
    2 당시에 아하수에로 왕이 수산 궁에서 즉위하고
    3 왕위에 있은 제삼년에 그의 모든 지방관과 신하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니 바사와 메대의 장수와 지방의 귀족과 지방관들이 앞에 있는지라
    4 왕이 여러 백팔십 동안에 그의 영화로운 나라의 부함과 위엄의 혁혁함을 나타내니라

    2. 백성을 위한 잔치와 질서 (5–9절)

    5 날이 지나매 왕이 도성 수산에 있는 귀천간의 백성을 위하여 왕궁 후원 뜰에서 동안 잔치를 베풀새
    6 백색, 녹색, 청색 휘장을 자색 가는 줄로 대리석 기둥 은고리에 매고 금과 은으로 만든 걸상을 화반석, 백석, 운모석, 흑석을 땅에 진설하고
    7 잔으로 마시게 하니 잔의 모양이 각기 다르고 왕이 풍부하였으므로 어주가 한이 없으며
    8 마시는 것도 법도가 있어 사람으로 억지로 하지 않게 하니 이는 왕이 모든 궁내 관리에게 명령하여 사람이 마음대로 하게 함이더라
    9 왕후 와스디도 아하수에로 왕궁에서 여인들을 위하여 잔치를 베푸니라

    3. 와스디 왕후의 거절과 왕의 분노 (10–12절)

    10 제칠일에 왕이 주흥이 일어나서 어전 내시 므후만과 비스다와 하르보나와 빅다와 아박다와 세달과 가르가스 일곱 사람을 명령하여
    11 왕후 와스디를 청하여 왕후의 관을 정제하고 앞으로 나아오게 하여 그의 아리따움을 백성과 지방관들에게 보이게 하라 하니 이는 왕후의 용모가 보기에 좋음이라
    12 그러나 왕후 와스디는 내시가 전하는 왕명을 따르기를 싫어하니 왕이 진노하여 마음속이 붙는 듯하더라

    4. 사건 처리에 대한 고문회의 (13–20절)

    13 왕이 사례를 아는 현자들에게 묻되 (왕이 규례와 법률을 아는 자에게 묻는 전례가 있는데
    14 때에 왕에게 가까이 하여 왕의 기색을 살피며 나라 자리에 앉은 자는 바사와 메대의 일곱 지방관 가르스나와 세달과 아드마다와 다시스와 메레스와 마르스나와 므무간이라)
    15 왕후 와스디가 내시가 전하는 아하수에로 왕의 명령을 따르지 아니하니 규례대로 하면 어떻게 처치할까
    16 므무간이 왕과 지방관 앞에서 대답하여 이르되 왕후 와스디가 왕에게만 잘못했을 아니라 아하수에로 왕의 지방의 관리들과 백성에게도 잘못하였나이다
    17 아하수에로 왕이 명령하여 왕후 와스디를 청하여도 오지 아니하였다 하는 왕후의 행위의 소문이 모든 여인들에게 전파되면 그들도 그들의 남편을 멸시할 것인즉
    18 오늘이라도 바사와 메대의 귀부인들이 왕후의 행위를 듣고 왕의 모든 지방관들에게 그렇게 말하리니 멸시와 분노가 많이 일어나리이다
    19 왕이 만일 좋게 여기실진대 와스디가 다시는 앞에 오지 못하게 하는 조서를 내리되 바사와 메대의 법률에 기록하여 변개함이 없게 하고 왕후의 자리를 그보다 나은 사람에게 주소서
    20 왕의 조서가 광대한 전국에 반포되면 귀천을 막론하고 모든 여인들이 그들의 남편을 존경하리이다 하니라

    5. 왕의 결정 (21–22절)

    21 왕과 지방관들이 말을 옳게 여긴지라 왕이 므무간의 말대로 행하여
    22 지방 백성의 문자와 언어로 모든 지방에 조서를 내려 이르기를 남편이 자기의 집을 주관하게 하고 자기 민족의 언어로 말하게 하라 하였더라


    본문 묵상: “거부당한 왕”

    수산 궁전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잔치는 단순한 파티가 아니었습니다. 127지방을 통치하는 제국의 위엄을 과시하는 무대였죠. 왕은 180일간 자신의 부요와 영광을 자랑하고, 이어지는 7일간은 모든 백성을 위한 잔치로 마무리합니다. 그러나 그 절정에, 예기치 못한 사건이 벌어집니다. 왕후 와스디의 ‘거절’이었습니다.

    왕의 명령이 곧 법이던 시대에, 왕후가 그 명령을 따르지 않은 것은 체제 자체에 균열을 내는 일이었습니다. 당시로선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이었죠. 여인들이 이를 본받으면 가정과 사회 전체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에, 왕은 이 일을 전국적으로 제재하고 새로운 왕후를 뽑기로 합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에서 정작 빠진 분이 계십니다. 바로 하나님입니다. 눈에 띄지 않지만, 에스더서는 성경 전체에서 유일하게 ‘하나님’이라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 책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손길은 보이지 않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와스디의 거절은 결국 에스더가 왕후가 될 길을 여는 신비한 연결고리였습니다.


    본문 분석

    1. 문화적 배경: 고대 페르시아 제국은 권위에 대한 절대 복종이 핵심 가치였습니다. 왕의 말은 곧 법이었고, 거절은 곧 반역이었습니다.
    2. 등장인물의 심리: 와스디는 단순히 외모를 과시하려는 도구로 불려나오는 걸 거절했을 수 있습니다. 이는 개인의 존엄성에 대한 무언의 저항이었을지도 모릅니다.
    3. 권력의 허망함: 제국의 왕도 한 여인의 거절 앞에서 무력해지는 모습을 통해, 인간 권력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 전체 맥락에서의 의미

    에스더서 전체 이야기에서 이 장은 준비의 장입니다. 인간 역사 속에 하나님의 섭리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은밀하게 보여줍니다. 와스디의 퇴장은 에스더의 등장을 위한 무대 세팅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장을 통해 인간의 힘과 체제가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조명합니다.


    🎯 본문의 핵심 요지

    하나님의 손은 인간의 역사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결정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 우리가 만나는 하나님은?

    • 보이지 않으나 일하시는 하나님
      하나님은 이름조차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상황을 주권적으로 인도하십니다.
    • 인간의 교만을 드러내고 낮추시는 하나님
      제국의 위엄은 쉽게 흔들리며, 하나님의 계획은 그 속에서도 쉼 없이 이루어집니다.

    💡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는 은혜의 교훈

    우리는 종종 드러나는 권력과 성공에 압도당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손은 그 너머에서 조용히 역사하고 계십니다. 하나님은 ‘잘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손길’로 우리의 삶을 이끌어 가시죠. 우리가 겪는 모욕, 상실, 부당한 일조차 하나님 섭리의 일부일 수 있습니다. 억지로 감당하는 신앙이 아니라, 하나님의 손길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 오늘 본문이 나에게 주는 한 문장

    “보이지 않아도 하나님은 오늘도 내 인생을 섬세하게 설계하고 계신다.”


    📝 적용과 실천

    • 내게 일어난 ‘뜻밖의 일’들을 하나님의 섭리로 해석해보자.
    • 권위에 순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님의 뜻에 대한 분별이 더 중요하다.
    • 사람의 평가나 체제보다 하나님의 시선을 의식하며 말하고 행동하자.


    🙏 기도문

    하나님, 때로는 내 인생의 흐름이 혼란스럽고 불합리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누군가의 거절이나 세상의 판단 앞에서 위축되기도 하고, 두려워 숨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말씀을 통해 다시금 깨닫습니다. 보이지 않아도, 느껴지지 않아도, 당신은 일하고 계십니다. 나의 실패, 나의 우회로, 심지어 누군가의 무례한 행동조차도 당신의 섭리 안에 있음을 믿습니다. 그 믿음으로 오늘도 담대히 살아가게 하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신우산지장 송병민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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