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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리뷰: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알츠하이머를 진단받은 아버지와 저자의 동행을 통해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돌봄과 관계 속에서 저자는 철학, 신학, 사회학적 통찰을 바탕으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다시 묻고, 약해진 존재도 존엄함을 지닌다는 사실을 증명해 나간다. 돌봄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감정과 현실을 진지하게 성찰하면서도, 삶을 긍정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려는 저자의 태도가 돋보인다. 돌봄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서론: 치매, 인간 존재를 다시 묻다

    치매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종종 두 가지로 나뉜다. ‘불쌍한 환자’ 혹은 ‘가족에게 짐이 되는 존재’. 하지만 치매 환자는 단순히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여전히 살아가는 인간이다.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치매를 앓는 아버지와 함께하는 삶을 통해, 우리가 가진 ‘약한 존재’에 대한 편견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이 책은 단순한 돌봄 에세이가 아니다. 철학과 신학적 통찰을 기반으로 인간 존재에 대한 해석을 새롭게 써 내려간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돌봄을 통해 다시금 삶을 이해하게 된다.


    본론: 돌봄을 통해 배우는 인간의 의미

    1.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치매는 기억을 지운다. 하지만 기억을 잃는다고 해서 인간이 사라지는 걸까? 저자는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인간됨’을 다시 정의하려 한다. 기억이 아닌 관계 속에서, 그리고 돌봄이라는 행위를 통해 인간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한다. 철학자 레비나스를 비롯한 사유들을 통해, 인간은 혼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가진다는 점을 강조한다. 치매 환자도 돌봄을 통해 사회적 존재로 살아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2. 돌봄은 일방적인 것이 아니다

    우리는 돌봄을 종종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책은 돌보는 이 역시 배우고 변화하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치매 환자를 돌보면서 감정이 흔들리고, 분노와 좌절을 경험하는 저자의 솔직한 고백은 돌봄이 단순한 희생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계의 변화임을 보여준다. 부모가 자식을 돌보듯, 자식이 부모를 돌보는 과정에서도 돌봄의 의미는 진화한다.

    3. 치매 환자도 사회의 일부다

    많은 경우 치매 환자는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가족들은 환자를 숨기고, 보호시설에 보내고,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지운다. 하지만 저자는 인간은 죽을 때까지 사회적 존재로 남아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치매 환자도 사회 속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그들과의 관계를 통해 우리 사회는 더욱 포용적인 공동체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4. 돌봄의 감정은 복잡하다

    저자는 아버지를 돌보면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연민과 사랑, 짜증과 분노, 죄책감과 후회가 교차하는 돌봄의 현실. 하지만 이 감정들이 돌봄을 어렵게 만들지만, 동시에 돌봄을 인간답게 만드는 요소라고 말한다. 돌보는 자의 솔직한 감정이 존중받고 받아들여질 때, 진정한 돌봄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5. 돌봄의 윤리는 돈이 아니라 진심이다

    사회는 돌봄을 경제적인 문제로 접근하지만, 저자는 돌봄의 본질이 ‘진심’에 있다고 말한다. 돌봄이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관계와 공감 속에서 이루어질 때 진정한 의미를 가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가족 내 돌봄뿐만 아니라, 사회적 돌봄 역시 이러한 ‘진심’이 바탕이 될 때 더 나은 돌봄 문화가 형성될 수 있다.


    결론: 약함 속에서도 유쾌하게 살아가기

    『죽을 때까지 유쾌하게』는 단순한 치매 돌봄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돌봄의 의미를 다시금 성찰하게 만든다. 약해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인간은 죽는 순간까지도 존엄함을 유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여정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돌봄을 고민하는 이들, 인간 존재에 대해 다시 묻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삶은 고통스러울 수도 있지만, 결국 우리는 ‘유쾌하게’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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