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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②


    📞 어느 날 오후, 상담 전화가 한 통 걸려왔습니다.

    "목사님… 혹시 잠깐 통화 괜찮으세요?"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평소와 조금 달랐습니다.

    교회에서는 늘 밝은 목소리로 사람들을 반겨주시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날은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목사님… 저한테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무슨 문제인데요?"

    잠시 침묵하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집에만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저는 잠깐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집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은 건… 집이 잘못한 건 아닐 텐데요?"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목사님, 저도 그게 웃겨요."

    그렇게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에서는 누구보다 열심인 권사님입니다

    이분은 교회에서 꽤 유명한 권사님입니다.

    주일이면 누구보다 일찍 교회에 나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환하게 웃습니다.

    "집사님~ 어서 오세요!"

    "성도님~ 식사는 하셨어요?"

    목소리도 평소보다 한 톤 올라갑니다.

    아마 교회에서 한 번쯤 이런 모습을 보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교회에만 가면 갑자기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는 현상.

    집에서는

    "여보, 물 좀 줘."

    교회에서는

    "성도님~~~ 식사하셨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습니다.

    교회라는 곳은 사람의 목소리까지 성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권사님은 담임목사님과 함께하는 사역이라면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행사가 있으면 제일 먼저 움직입니다.

    봉사할 일이 있으면 빠지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님이 부탁하면

    "네, 목사님. 제가 하겠습니다."

    라고 합니다.

    옷도 예쁘게 입습니다.

    화장도 곱게 합니다.

    머리도 단정하게 하고 갑니다.

    거울 앞에서 한 번 확인합니다.

    미소도 장착합니다.

    그리고 교회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오늘도 아주 아름다운 권사님 출근 완료.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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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이 달라집니다

    교회에서는 그렇게 활발한 분이

    집에 들어오면 소파에 앉습니다.

    그리고 움직이지 않습니다.

    잠깐 쉬는 게 아닙니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습니다.

    밥하기 싫습니다.

    청소하기 싫습니다.

    설거지하기 싫습니다.

    누구와 이야기하기도 싫습니다.

    휴대폰을 들고 멍하니 있습니다.

    남편이 물어봅니다.

    "여보, 오늘 저녁은?"

    "몰라."

    "밥은?"

    "알아서 먹어."

    교회에서

    "성도님~ 오늘 하루도 은혜 많이 받으세요."

    하시던 분이

    집에서는

    "나 좀 내버려 둬."

    가 됩니다.


    처음에는 본인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교회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집에서는 아무것도 못 하지?"

    그리고 더 무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내가 교회 사람들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걸까?"

    바로 그 질문 때문에 저에게 전화를 하신 겁니다.


    "목사님, 저 위선자인가요?"

    그분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제가 교회에서는 그렇게 열심히 하는데 집에서는 아무것도 안 해요.

    사람들 앞에서는 웃고 있는데 집에서는 짜증만 내고요.

    교회에서는 그렇게 예쁘게 입으면서 남편 앞에서는 아무렇게나 있고요.

    제가 너무 가식적인 사람 같아요."

    저는 잠시 듣고 있다가 말씀드렸습니다.

    "권사님, 그걸 꼭 위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요?"

    "네."

    그리고 한 가지 질문을 드렸습니다.

    "혹시 교회에서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쓰고 계신 건 아닐까요?"


    사람은 하루에 무한정 에너지를 쓸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는 몸의 에너지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의 에너지도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고,

    웃고,

    대화하고,

    상대방의 기분을 살피고,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문제를 해결하고,

    봉사하고,

    누군가를 격려하고,

    또 웃습니다.

    이것도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특히 교회에서 늘 밝은 모습을 유지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사용합니다.

    "괜찮아요."

    "좋아요."

    "제가 할게요."

    "힘내세요."

    "기도할게요."

    이 말을 하루 종일 하고 집에 돌아오면

    정작 자기 마음에는 남아 있는 에너지가 하나도 없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는 구별해야 합니다

    교회에서 열심인 것이 문제는 아닙니다.

    봉사하는 것도 좋은 일입니다.

    예쁘게 하고 다니는 것도 나쁜 일이 아닙니다.

    사람들에게 친절한 것도 아름다운 일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나는 왜 집에서는 나 자신과 가족에게 가장 거친 사람이 되는가?"

    이 질문입니다.

    교회에서는 모두에게 친절한데

    남편에게는 짜증을 냅니다.

    성도들에게는 따뜻한데

    자녀에게는 냉정합니다.

    교회 사람의 부탁은 잘 들어주는데

    가족의 부탁은 귀찮아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번 멈춰서 생각해 봐야 합니다.


    어쩌면 '보이는 나'를 너무 열심히 만들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건 조금 아픈 이야기입니다.

    사람에게는 누구나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나가 있습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은 나도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믿음 좋은 권사님.

    일 잘하는 권사님.

    친절한 권사님.

    예쁜 권사님.

    열심히 봉사하는 권사님.

    그런데 집에 오면

    그 모든 역할을 내려놓습니다.

    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집은 편안해야 하니까요.

    문제는 편안함과 무책임함을 혼동할 때 생깁니다.

    집에서는 편안해도 됩니다.

    하지만 가족에게 상처를 주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제가 권사님께 아주 솔직한 질문을 드렸습니다

    "권사님."

    "네."

    "교회 사람들이 권사님을 아무도 칭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네."

    "아무도 알아주지 않습니다.

    담임목사님도 특별히 알아주지 않습니다.

    누가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열심히 봉사하시겠어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습니다.

    한참 뒤에 말씀하셨습니다.

    "목사님… 잘 모르겠어요."

    저는 그 대답이 오히려 좋았습니다.

    왜냐하면 이제 진짜 질문이 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한번 점검해 봐야 할 것

    혹시 내가 봉사하는 이유가

    하나님을 사랑해서인지,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어서인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서인지,

    혹은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얻고 싶어서인지.

    이것은 남이 판단해 줄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펴볼 문제입니다.

    그리고 여러 이유가 동시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도 있고,

    인정받고 싶은 마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권사님께 세 가지를 권했습니다

    첫째, 교회에서 조금 덜 완벽해지세요.

    모든 일을 다 맡지 마세요.

    "제가 할게요."

    이 말을 하루에 한 번쯤 참아보세요.

    "이번에는 다른 분이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라고 말하는 연습도 해보세요.

    봉사를 내려놓으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봉사가 나를 집어삼키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둘째, 집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보세요.

    교회에서는 그렇게 아름답게 웃으면서

    왜 남편에게는 가장 날카로운 말을 할까요?

    남편이 가장 편한 사람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편한 사람에게 가장 함부로 대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늘 집에 가서 남편에게 딱 한마디만 해보세요.

    "여보, 오늘도 수고했어."

    어색하시다고요?

    그럴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안 하던 말을 갑자기 하면 입이 잘 안 떨어집니다.

    괜찮습니다.

    첫날은 어색하게.

    둘째 날도 어색하게.

    그래도 해보세요.


    셋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을 허락하세요.

    이것도 중요합니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집에 왔다고 바로 밥하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가족을 챙겨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30분 정도는 그냥 쉬세요.

    차 한 잔 마시고,

    창밖도 보고,

    음악도 듣고,

    멍하니 있어도 됩니다.

    쉬는 것은 게으름이 아닙니다.

    다시 살아가기 위한 충전입니다.

    다만 그 휴식이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는 방식이 되지는 않도록 가족과 역할을 조율하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말씀을 드렸습니다

    "권사님."

    "네."

    "교회에서 잘 보이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아세요?"

    "뭔데요?"

    "집에서 같이 사는 사람들이 권사님을 어떻게 기억하느냐입니다."

    조금 아픈 이야기일 수 있습니다.

    교회에서 100명의 성도에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도 귀합니다.

    하지만

    남편이

    "우리 아내 참 따뜻한 사람이야."

    라고 말하고,

    자녀가

    "엄마랑 있으면 편안해."

    라고 말한다면

    그것도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 아닐까요?


    📝 목사의 메모

    저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교회에서 너무 좋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것은 아닐까?

    기도도 잘하고,

    봉사도 잘하고,

    웃기도 잘하고,

    사람도 잘 챙기고,

    좋은 말도 잘합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면

    말 한마디 하기 싫습니다.

    물론 집이 가장 편한 공간이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혹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나를 관리하느라 진짜 나를 돌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교회에서 인정받는 것보다

    하나님께 사랑받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잘해서 사랑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미 사랑받는 사람이기 때문에

    조금씩 잘 살아가는 것입니다.


    ❤️ 권사님, 집에서도 너무 애쓰지 마세요

    그렇다고 집에서도 완벽한 사람이 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늘 하루 피곤하면 쉬세요.

    밥하기 싫으면 간단하게 드세요.

    청소하기 싫으면 내일 하세요.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기억하세요.

    가족에게도 당신의 따뜻한 미소가 필요합니다.

    교회에서 백 번 웃는 것보다

    오늘 집에서 남편에게 한 번 웃어주는 것이

    어쩌면 더 귀한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권사님.

    혹시 지금까지 너무 열심히 살아오셨다면

    조금 내려놓아도 괜찮습니다.

    사람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쓰는 삶에서

    하나님 앞에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삶으로

    조금씩 옮겨가도 됩니다.


    그리고 오늘 집에 들어가실 때

    거울을 한번 보세요.

    교회에서 장착했던 그 미소 말고,

    조금 어설퍼도 괜찮습니다.

    남편에게 한번 웃어주세요.

    그리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여보, 나 오늘 좀 힘들었어."

    그 말 한마디가

    "밥 차려!"

    보다 훨씬 아름다운 대화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권사님.

    괜찮습니다.

    지금까지 잘해오셨습니다.

    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는 것만큼

    자신의 마음도 돌보면서 살아가세요.

    그리고 가족에게도 조금씩 마음을 나누세요.

    처음에는 어색할 겁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우리 인생은 원래

    어색한 것부터 하나씩 다시 배우는 과정이니까요.

    저는 권사님이 잘하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회에서의 권사님뿐 아니라

    집에서 소파에 축 늘어져 있는 그 권사님까지도

    하나님께서 아신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오늘은 그냥 푹 쉬셔도 됩니다.

    내일 다시 시작하면 됩니다.

    천천히 가도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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