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반응형

    「목사님,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①


    📞 수요일 저녁 성경공부를 마치고 상담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목사님… 지금 통화 괜찮으세요?"

    목소리가 조금 떨렸습니다.

    "네. 괜찮습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잠시 침묵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그분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목사님, 저… 남편보다 혼자 있을 때가 더 행복해요."

    저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목사는 본능적으로 성경책부터 찾을 것 같지만요.

    저는 그날 성경책을 찾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렇게 물었습니다.

    "많이 외로우셨어요?"

    전화기 너머에서 한참 동안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더니 작은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네."


    "저 교회에서는 꽤 열심히 하는 사람입니다."

    그분은 40대 후반의 주부였습니다.

    교회에서는 집사로 섬기고 있었습니다.

    주일에는 아이들을 챙기며 주일학교를 섬겼고, 금요일 밤이면 금요철야예배에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교회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한 분이었습니다.

    아마 교회 사람들에게 그분은 이런 이미지였을 겁니다.

    "믿음 좋은 집사님."

    그런데 남편 이야기를 시작하자 목소리가 달라졌습니다.

    "목사님, 남편이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이 말부터 나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는 압니다.

    대부분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다음에 나옵니다.

    "그런데… 같이 있으면 너무 피곤해요."


    "남편이 원하는 것도 되도록 맞춰줍니다."

    그분은 부부관계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남편이 원할 때는 되도록 거절하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마음이 가까워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남편이 싫어서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런데 남편에게 애정이 없어요."

    그리고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저는 그 말이 참 마음 아팠습니다.

    부부관계가 있다는 것과 부부가 친밀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같은 말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몸은 같은 침대에 있는데 마음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을 수 있습니다.


    잠깐만요.

    여기서 남편을 나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왜 남편을 사랑하지 않습니까?"

    라고 묻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물으면 상담이 아니라 심문이 됩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터 남편보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해졌을까?"


    어쩌면 문제는 '사랑이 식은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부부가 오래 살다 보면 사랑의 모습이 바뀝니다.

    처음에는 전화 한 통에도 심장이 뛰었습니다.

    문자 하나에도 웃음이 났습니다.

    그런데 20년쯤 지나면요?

    "오늘 저녁 뭐 먹어?"

    "애 학원 데려다줘."

    "관리비 냈어?"

    "쓰레기 좀 버려."

    사랑의 언어가 어느 순간 생활비 고지서와 가족 단체방 대화처럼 되어버립니다.

    사랑이 사라졌다기보다,

    사랑을 표현할 여유가 사라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분에게는 조금 더 중요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남편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남편은 아내를 필요로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는 아내가 이렇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에게 필요한 사람인 것과 사랑받는 사람인 것은 다른 것 같아요."

    이 말은 꽤 중요합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 되는 것은 기쁜 일입니다.

    하지만 필요한 사람과 사랑받는 사람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밥을 해주는 사람.

    아이를 돌보는 사람.

    교회 봉사를 하는 사람.

    남편의 요구를 받아주는 사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

    그런 역할을 오래 수행하다 보면 어느 순간 이런 질문이 생깁니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지?"


    제가 이 집사님께 드린 첫 번째 말씀

    "집사님, 우선 죄책감부터 내려놓으세요."

    "남편보다 혼자 있는 게 편하다고 해서 나쁜 아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혼자 있고 싶은 마음 자체가 죄는 아닙니다."

    사람에게는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합니다.

    특히 40대가 되면 더 그렇습니다.

    아이들 챙기고,

    남편 챙기고,

    부모님 챙기고,

    교회 섬기고,

    회사 다니고,

    집안일 하고…

    하루 종일 누군가를 위해 살다가

    집에 아무도 없는 순간,

    처음으로 내가 나로 돌아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게 이상한 게 아닙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저는 집사님께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혼자 있는 게 편한 이유는 한번 찾아보셔야 합니다."

    혼자 있는 것이 편한 것과

    사람을 피하고 싶은 것은 다릅니다.

    혼자 있는 동안 에너지를 회복하는 것과

    사람과 관계를 포기하고 싶은 것은 다릅니다.

    그리고 남편과 함께 있는 것이 불편한 이유도 살펴봐야 합니다.

    혹시 남편에게 쌓인 서운함이 있지는 않은지.

    오랫동안 말하지 못한 상처가 있는 것은 아닌지.

    내가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혹은 남편에게 기대하는 것이 너무 많아서 오히려 실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제가 질문 하나 드렸습니다.

    "집사님, 남편이 지금의 남편이 아니라 결혼하기 전 처음 만났던 사람이라면 다시 만나고 싶으세요?"

    전화기 너머에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목사님… 그 질문은 너무 어렵네요."

    "그렇죠? 저도 집에 가서 제 아내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그만두겠습니다."

    잠시 웃었습니다.

    그런데 그 웃음 뒤에 다시 침묵이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집사님이 말했습니다.

    "사실… 다시 만나고 싶어요."


    저는 그 대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아직 모든 것이 끝났다는 뜻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사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랑 위에 너무 많은 피로와 서운함과 익숙함이 쌓여 있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결해야 할 것은

    "남편을 다시 사랑하는 방법"

    만이 아닙니다.

    먼저

    "두 사람이 다시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해보시라고 했습니다.

    첫째, 당장 부부관계부터 해결하려고 하지 마세요.

    몸의 친밀함보다 먼저 마음의 친밀함을 회복해야 합니다.

    상대방을 의무적으로 만족시키는 것만으로 관계가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부부 사이의 친밀함은 서로의 마음과 의사가 존중되는 가운데 회복되어야 합니다.


    둘째, 남편에게 불만 목록을 쏟아내지 마세요.

    대신 딱 하나만 이야기해 보세요.

    "여보, 요즘 나는 당신과 함께 있어도 혼자인 것 같아."

    "당신은 왜 그래?"

    보다 훨씬 좋은 문장입니다.

    공격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거창할 필요 없습니다.

    커피 한 잔이면 됩니다.

    산책 30분도 좋습니다.

    그런데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자녀 이야기 금지.

    집 이야기 금지.

    돈 이야기 금지.

    교회 이야기 금지.

    부부가 다시 남편과 아내가 아니라

    한 남자와 한 여자로 대화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넷째, 혼자 있는 시간을 죄책감 없이 가지세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면 가지세요.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서 24시간 남편 옆에 붙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건강하게 혼자 있을 줄 아는 사람이

    건강하게 함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집사님께 마지막으로 이런 말씀을 드렸습니다.

    "집사님."

    "네."

    "금요철야도 열심히 나오시잖아요."

    "네."

    "그런데 하나님께도 집사님 마음을 한번 솔직하게 말씀드려 보세요."

    "남편을 사랑하고 싶지 않습니다."

    "혼자 있고 싶습니다."

    "마음이 없습니다."

    "지쳤습니다."

    "저도 사랑받고 싶습니다."

    이런 기도도 괜찮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믿음 좋은 척할 필요가 없습니다.

    교회에서는 집사님일지 모르지만,

    하나님 앞에서는 그냥 한 사람입니다.

    지친 한 사람.

    외로운 한 사람.

    사랑받고 싶은 한 사람.


    📝 목사의 메모

    4050 부부를 만나면서 제가 자주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부부가 반드시 큰 사건 때문에 멀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너무 평범한 하루가 오랫동안 쌓여서 멀어집니다.

    말하지 않은 서운함.

    미뤄둔 대화.

    당연하게 여긴 희생.

    익숙함이라는 이름으로 생략한 감사.

    그리고 어느 날 문득,

    "나는 혼자 있을 때가 더 편하네."

    라는 생각이 찾아옵니다.

    그때 너무 빨리

    "우리 사랑은 끝났어."

    라고 결론 내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사랑이 끝난 것이 아니라

    두 사람이 사랑을 돌보는 일을 너무 오래 미뤄놓았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 오늘 집사님께 드리고 싶은 말

    집사님,

    당신은 나쁜 아내가 아닙니다.

    지쳤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은 부끄러운 마음이 아닙니다.

    남편을 다시 사랑해야 한다는 숙제부터 시작하지 마세요.

    먼저 당신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바라보세요.

    그리고 남편과 아주 작은 대화부터 시작해 보세요.

    한 번에 20년의 서운함을 해결하려 하지 마세요.

    오늘은 차 한 잔.

    내일은 산책.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참 오래 살았네."

    하면서 서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의 마음은 생각보다 단단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다시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집사님,

    혼자 있는 행복을 죄책감으로 만들지 마세요.

    다만 혼자 있는 것이 행복한 이유를 천천히 찾아보세요.

    그 이유를 찾는 순간부터,

    어쩌면 부부의 새로운 이야기도 시작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잘 버티셨습니다.

    그리고 잘하고 있습니다.

    너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다시 시작해 봅시다.

     

    4050부부문제, 40대부부갈등, 40대여성고민, 중년부부, 중년부부갈등, 부부관계회복, 부부대화, 부부권태기, 남편이싫을때, 남편에게애정이없을때, 혼자가편한아내, 부부친밀감, 중년여성고민, 중년여성외로움, 4050고민, 4050여성, 부부상담, 부부고민상담, 결혼생활고민, 결혼생활권태기, 부부관계문제, 부부사랑회복, 아내의마음, 남편과대화, 중년의삶, 인생상담, 목사님상담, 목사님이럴땐어떻게해야하나요, 리덴그레이스, 기독교상담, 성경적부부관계, 신앙생활과부부관계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