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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이 메마른 당신, 퇴보한 게 아닐지도 모릅니다
다시 읽는 신앙 시리즈 ③
혹시 이런 적 있으세요
기도가 갑자기 안 되는 시기가 있었어요.
예배가 뭔가 공허하고, 찬양하면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성경을 읽어도 말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 예전엔 기도할 때 울기도 하고, 뭔가 따뜻한 게 느껴졌는데 — 어느 순간부터 그냥 조용해진 거예요. 텅 빈 느낌.
그럴 때 교회에서 뭐라고 하던가요. "믿음이 식었나봐요." "기도가 부족한 거 아닐까요." "회개할 게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해보세요."
그 말이 더 무거웠어요. 메마른 것도 힘든데, 그게 내 잘못인 것처럼 들려서요.
나는 그 시기를 지나면서 이 책을 처음 만났어요. 16세기 스페인 수도사가 쓴 얇은 시집과 주석. 근데 그게 500년을 건너와서 내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요.
이 책은 뭔가요
십자가의 요한(1542~1591)의 《영혼의 어두운 밤》. 스페인 가르멜 수도회 수도사이자 시인이었던 그가 감옥에 갇혀 있던 시간에 쓴 시와 그 주석이에요. 핵심 주장은 하나입니다. 영적인 메마름은 영적인 퇴보의 신호가 아니라 오히려 영적 성장의 중요한 신호라는 거예요. 가톨릭 전통의 신비주의 고전이지만, 교파를 넘어 신앙의 건조한 계절을 지나는 모든 이에게 여전히 살아있는 책이에요.

신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실은 성장이다
십자가의 요한은 영혼이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여정을 '밤'으로 표현해요.
밤은 두 단계예요. 먼저 감각의 밤 — 기도와 예배에서 더 이상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시기예요. 눈물도, 따뜻함도, 확신도 사라지는 시간. 그다음이 훨씬 깊은 정신의 밤 — 하나님의 현존을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면서 하나님께 버림받았다는 느낌과 함께 각 사람의 내면에 있는 공허함과 어두움을 직면하는 시기예요.
이걸 들으면 무서워요. '그게 신앙의 성장이라고?'
근데 요한의 설명이 이렇습니다. 갓난아기가 젖을 먹을 때는 맛과 만족감으로 먹어요. 근데 어느 순간 젖을 떼야 해요. 단단한 음식을 먹기 시작할 때 아기는 낯설고 불편하죠. 하나님은 영혼이 재미와 맛의 젖을 떼게 하시고 온전한 메마름과 내적 암흑 속에 두시어 아주 다른 법으로 덕을 닦도록 마련하신다는 거예요.
느낌으로 신앙을 먹던 시기가 끝나는 거예요. 성숙을 향한 불편함이에요.
이걸 나는 병원 채플 사역에서 처음으로 몸으로 이해했어요. 중환자실 옆에서 기다리는 보호자들을 보면서요. 신앙이 오래된 분들일수록 이상하게 더 조용했어요. 눈물도 별로 없고, 기도 소리도 크지 않아요. 처음엔 신앙이 없는 건가 싶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아니었어요. 그분들은 느낌을 넘어선 자리에 있었던 거예요. 하나님이 안 느껴져도, 거기 있다는 걸 아는 사람들. 그게 십자가의 요한이 말하는 '밤을 지난 사람'의 얼굴이었어요.
요한의 영성을 한마디로 하면 'Todo Nada' — 스페인어로 '모든 것, 아무것도 없음'이에요. 아름다우신 하나님을 얻기 위해 자신을 철저히 비우고 온갖 피조물에서 이탈하는 것, 이게 요한이 말하는 여정의 방향이에요. 쉽게 말하면 이래요. 하나님 외의 모든 것 — 느낌, 위로, 확신, 심지어 종교적 만족감까지 — 을 하나씩 내려놓을 때, 역설적으로 하나님께 더 가까워진다는 거예요.
이게 왜 가나안 성도에게 중요하냐면요.
교회를 떠난 분들 중에 "신앙이 식어서 나온 게 아니에요. 오히려 너무 뜨거워서 지쳤어요"라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열심히 봉사하고, 새벽기도 다니고, 소그룹 나가고 — 그러다 어느 순간 탈진한 분들. 그분들은 영적으로 퇴보한 게 아닐 수 있어요. 감각의 자극으로 돌아가던 신앙의 엔진이 멈춘 것뿐이에요. 그 멈춤이 사실은 더 깊은 곳으로 가기 위한 준비일 수 있어요.
영혼이 하나님께 나아가는 데 이 어두운 밤의 주도권은 하나님이 가지고 계신다는 게 요한의 핵심이에요. 내가 더 열심히 해서 뚫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내가 멈출 때,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신다는 거예요.
그게 왜인지는 — 요한의 시 한 줄이 말해줘요.
"빛도 없이 길잡이도 없이 / 나도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 내 마음 속에 타오르는 불빛밖엔."
길을 잃은 것 같은 그 밤에, 사실 안에서 불이 타고 있었다는 거예요.
이 책의 빛과 그늘
빛. '신앙의 건조함이 잘못이 아닐 수 있다'는 말을 16세기 수도사가 해준다는 것 자체가 위로예요. 느낌과 감동 중심의 현대 예배 문화에 지친 분들에게, 전혀 다른 신앙의 언어를 보여줘요. 잘 읽으면 탈진한 신앙인에게 '이 시간이 허비가 아니다'라는 확신을 줄 수 있어요.
그늘. 솔직히 쉬운 책이 아니에요. 가톨릭 신비주의 전통의 언어가 낯선 개신교 독자에게는 벽이 느껴질 수 있어요. 또 요한의 '이탈'과 '비움' 강조가 지나치면 세상과의 완전한 단절, 일상적 삶의 포기로 읽힐 수 있어요. 요한 자신은 수도원 공동체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영성이에요. 결혼하고, 직장 다니고, 아이 키우는 사람이 이 책을 그대로 삶에 적용하려면 상당한 재해석이 필요해요. 번역본도 여러 종류인데 — 가톨릭 번역본과 개신교 쪽 해설서를 함께 보시길 권해요.


이 책 이후엔
필립 얀시의 《기도》를 권해요. 요한이 '왜 메마름이 성장인지'를 신학적으로 말해준다면, 얀시는 '그래도 계속 기도하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지극히 인간적인 언어로 풀어줘요. 고전 이후에 현대적 언어가 필요할 때 딱 맞는 책이에요.
신앙이 메마른 계절을 지나고 있다면, 그건 끝이 아닐 수 있어요.
빛이 사라진 게 아니라 — 느낌에 기댄 신앙이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가는 중인지도 몰라요. 그 어두운 밤을 혼자 지나고 있는 분들에게, 500년 전 감옥 안에서 쓴 이 시가 말을 건네요.
당신의 밤에도 불이 타고 있을지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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